맞벌이 부부, 늘어나는 육아·업무 부담과 지출에 '아우성'

이재현 기자 2023. 8. 12. 06: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맞벌이의 함정' IT 업계 ①] '소득 두 배' 맞벌이, 줄줄 새는 교육비·식비 부담

[편집자주]정보통신(IT) 기업들이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고 육아 휴직도 후하게 보장한다. 자녀가 있는 임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낮춰 회사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노력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만 그치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떠오른 만큼 예비 신혼부부들이나 난임 부부를 위한 지원책도 선도하고 있다.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맞벌이 부부, 늘어나는 육아·업무 부담과 지출에 '아우성'
② 있는데도 안쓴다... '아빠 육아휴직' 여전히 저조
③ "맞벌이 부부 잡자"... 적극적 '육아 친화' 정책 나선 IT 기업
자녀를 키우면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가 '맞벌이의 함정'에 빠졌다. 외벌이 가정에 비해 소득은 많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탓에 휴직이나 퇴직을 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육아·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맞벌이를 포기하면서 경제 부담이 커진 경우도 많다. 게임사 및 정보통신(IT) 업체들이 몰려 있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경기 성남 판교 지역은 서울 지역보다도 물가가 높아 맞벌이 부부의 부담이 크다.


아이 돌봐줄 사람 없어 사교육에 내몰려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 받는 모습. /사진=뉴스1
맞벌이 부부는 통상적으로 고정적 지출이 많아 경제 부담이 크다. 특히 유자녀 맞벌이 가정은 의식주는 물론 불가피한 사교육비 등이 더해져 맞벌이 부부의 소득만으로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부담은 자녀의 사교육비가 꼽힌다.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사교육비 총액은 25조9538억원으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직전 2021년(23조4158억원)과 비교해 10.8% 증가했다. 어학 연수비나 유아 대상 사교육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가계가 부담하는 사교육비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학습 결손 및 돌봄 공백 등이 발생하면서 사교육비는 더욱 늘었다. 초·중·고교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 27만2000원에서 2022년 41만원으로 50.9% 급증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분당 맞벌이 이모씨 부부(40대)는 비싼 수강료에도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부부는 "초등학생 딸의 경우는 우리가 퇴근하기 전까지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늦은 저녁까지 학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엔 취학 연령대 자녀를 둔 부부 가운데 맞벌이를 포기한 사례도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근로연령층 사회적 위험의 경험과 대응의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8~17세 아동(취학아동)이 있는 가구 중 맞벌이인 비율은 2019년 상반기 65.9%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상반기 60.5%로 5.4%포인트(p) 감소했다. 2021년 상반기 59.3%로 더 떨어졌고 일상회복기로 접어든 2022년 상반기에는 59.7%를 기록했다.

맞벌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취학아동이 있는 부모의 가구당 취업소득(근로·사업소득)도 감소했다. 2019년 상반기 314만원이었던 월 취업소득은 2022년 상반기 290만원으로 24만원(7.6%) 줄었다.


판교 한끼 평균 1만2000원… 4인 저녁은 10만원 '훌쩍'


/사진=이미지투데이
쉽게 잡히지 않는 외식 물가도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더한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는 혼자 외식 메뉴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빈번하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전달 대비 5.9% 올랐다. 39개 외식 조사 품목 중 30개(76.9%) 품목이 전월 대비 인상됐다. 도시락(2.6%), 피자(1.2%), 탕수육(0.5%)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사 및 IT 기업이 밀집된 판교 지역은 외식 물가도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식비 평균 지출도 타 지역 대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NHN페이코에 따르면 판교 일대에서 한끼에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식비는 지난 5월 첫째 주 기준 1만2000원, 지난해 3분기(7~9월 평균) 대비 20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여의도 1만2500원→1만3000원 ▲강남 1만2000원→1만2500원 ▲마곡 1만1000→1만2000원 ▲종로 8500→9500원 등 지역은 적게는 500원, 많게는 2000원까지 평균 지출이 늘었다.

구내식당이 없는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판교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판교에서 회사 다니면 점심 식대 얼마 받느냐"고 물으면서 "하루 9000원 정도 받는데 판교 밥값이 아무리 못해도 1만원이고 주로 1만~1만3000원이라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IT 업계 재직자는 "4인 가정 기준 자녀들과 저녁 외식을 하려면 한 끼에 10만원가량 나가는 일이 흔하다"라며 "점심이라도 구내식당에서 먹어야 식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어 애용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판교 게임사들은 부담 완화를 위해 관련 복지를 늘리고 있다. 네오위즈는 올해부터 전 직원에게 하루에 3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전면 재택근무가 해제되던 시점인 지난해 6월 구내식당에 친환경 샐러드볼과 비건 메뉴 등 새로운 메뉴를 도입해 선택권을 늘렸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