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내전 일어날수도”...최대위기 빠진 미국, 돌파구는 있나? [한중일 톺아보기]
그럼에도 최근 공화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50%가 넘는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며 내년 대선을 향해 전진중입니다. 대선결과에 불복해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선동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했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굳건한 지지를 보내고 있죠.
미국의 민주주의 위기는 한국에게도 남의 일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극단적 팬덤정치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은 순간은 과거에도 몇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정치전문가 하상응 교수는“남북 전쟁 이후 내전가능성이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지적이 있을만큼 지금 미국내 양극화로 인한 분열은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 극복 가능성은 있는지, 한국에게 시시하는 바는 없는지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컨데, 2016년 트럼프 후보가 중공업으로 번성했던 지역에 유세를 다니면서 계속 이야기했던 것이 있죠. 당신네 아버지땐 잘 살았는데, 자유무역 때문에 공장들이 전부 중국 등으로 넘어가면서 힘들어지게 된거라고요. 국내적 불평등으로 유발된 분열을 환영하는 정치인들이 상황을 더 부추키면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이민의 확산에 따른 문제입니다. 유럽은 이슬람권 이민자들로 인한 문제가 많지만 미국의 경우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지역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문제죠. 상당수가 불법 이민자들인데, 경제나 치안 이런 것 보다 근본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겁니다. 미국인들이 대체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이 뭐냐, 이게 내가 아는 미국이 맞냐 이런 생각들을 하게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처음 노골적으로 제기한 인물이 바로 트럼프 입니다. 재임기간 그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짓고 미국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죠. 이런 것들이 정체성 위기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입니다. 과거에는 정치나 사회 현안을 이해하는데 유권자들이 접근 가능한 매체가 제한적이었죠. 지금은 매체가 다양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만 수용하기가 용이해졌죠. 이 과정에서 한번 정치적 성향이 정해지면 그것을 계속 확인시켜주는 확증편향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적어지고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겼어요. 환경적으로 정치적 견해의 양극화가 점점 강해지는 구조가 된 거죠.
일단 미국이 당장 1차적으로 지금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면 우선내년에 트럼프가 재선되는 상황이 되면 곤란할 겁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지난 2020년 바이든이 중공업 지대에 가서 정부가 당신들의 생활을 더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요. 실질적으로 그런 노력이 어느정도 현실화 됐는가와는 별개로, 이런 공약들을 지키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현재 미국이 당면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도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된다고 봅니다.
두 번째 이민 문제에서도 한국은 아직 자유롭습니다. 최근 저출산 등 인구절벽 때문에 한국도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니까요. 결국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세 번째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전체적으로 미국이 겪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 보다는 한국이 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안심해도 될 상황이란건 절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단적으로, 미국은 폭스뉴스같은 주류언론이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계속 보도하면서 확산시켰지만, 아직 한국은 주류언론이 그런 적은 없죠. 만약 한국도 주류언론에서까지 민주주의 제도와 정책을 부정해버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미국처럼 되는건 시간문제일겁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우선 유권자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겠죠. 그런데 언론들도 자정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짜 뉴스나 관심을 줄 필요 없는 사안을 정쟁화 시키는데 일부 언론이 상당히 애를 쓰는데 그래선 안됩니다.
사실 트럼프도 2016년 처음 경선에 나왔을땐 지지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극단적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고 언론들이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보도해주는 과정속에서 영향력을 키운 측면이 있거든요.
그리고 미국 대선 지지율의 경우 대부분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유의해서 봐야 됩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대선이 전국 단위 득표율로 결정되지 않고 주별로 할당돼 있는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를 기준으로 하니까요. 때문에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사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전국 단위 지지율이 40%라고 해도 반드시 가져와야 되는 주에서 이겨서 그 주의 선거인단을 가져오면 되는거니까요.
그래서 주목해야될 건 경합주들 입니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애리조나, 조지아 이렇게 5개주, 조금 더 한다면 노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까지. 5개에서 많아봤자 7개 입니다. 나머지 주들은 대선이 내일이든 한 달 후든 내년 11월이든 누가 가져갈지 이미 정해져 있거든요. 그 정도로 차이가 많이납니다. 따라서 전국 단위 지지율은 참고는 될지언정 이것으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건 무리입니다.
이 3개주는 전통적으로 러스트 벨트라고 불리는 중공업 지대입니다. 1984년 이후 2016년 까지 단 한 번도 공화당이 대선에서 가져가 본 적 없는 곳들인데,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1%포인트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 전부 가져갔어요. 30여년 동안 못이기던 3곳에서 전부 승리했다는 건 운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는 뜻 입니다.
그런데 2020년엔 바이든이 이 3개 지역을 위스콘신 빼고는 전부 큰 표 차이로 되찾아 옵니다. 1990년대 초 이후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애리조나, 조지아도 가져오고요. 그래서 만약 바이든과 트럼프가 예상대로 내년에 재격돌 한다고 했을때 객관적 수치만으로 판단하면 바이든이 유리하다고 봐야 됩니다. 한번 붙어서 수월하게 이겼던 곳이니까요.
트럼프는 힐러리와 붙었을때도 겨우 이겼던 3개주에서 최소 한곳을 가져와야 되고 조지아, 애리조나 두곳은 반드시 가져와야 됩니다.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은 내년에도 당락을 가르는 핵심인데, 사실 민주당 입장에선 바이든 말고 이들의 표를 가져올 정치인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의 눈에 현재 민주당은 지나치게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든요. 그래서 82세 고령임에도 너무 진보쪽으로 보이지 않고 옛날 이미지도 풍겨주면서 이 지역을 이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바이든이 나와야 민주당 승산이 높아지는 거죠.
또 바이든이 펜실베니아 출신인데 그래서 자신이 이곳 사정을 잘 안다고 내세웁니다. 이것이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에겐 타 지역출신 후보들에 비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거죠. 바이든의 어눌한 말투조차 이들에겐 꽤 친근감 있게 들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이든이 트럼프 때 시행했던 많은 정책들을 뒤집었지만, 대 중국 정책만은 별 변화가 없었죠. 실제로 바이든의 유세활동을 유심히 보면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 있어요. 노동자, 노동조합, 중산층. 이런 것들을 항상 언급합니다. 노조를 강화시키겠다, 낙수효과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힘쓰겠다 이런 얘기를 고장난 녹음기 돌리듯이 합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를 아직도 인정 안하고 있습니다. 지난 중간선거 유세때도 끊임없이 내가 이긴 선거인데 바이든과 민주당이 빼앗아갔다고 활용했어요. 또 실제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도 공화당 지지자의 60%정도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국도 최근 선거 때마다 조금씩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죠. 하지만 미국처럼 여론조사에서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60%정도가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믿는 것으로 나오진 않습니다. 특정 정치인 또는 세력에 대한 지지 정도가 미국만큼 공고화된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직까지는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양대 진영으로 갈려져 있는 상황이 가깝게는 2016년 또는 2008년 오바마 당선 이후부터, 더 멀리는 1980년 레이건 때부터 시작해 계속 벌어지는 현상이 데이터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한국에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 들여다보면 미국만큼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진 않고 있거든요. 한국은 내년 총선을 거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지각변동에 따라 팬덤정치와 관련된 것도 지금보다 완화된 수준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일단 2024년 트럼프는 복수를 위한 대통령이 될겁니다. 일단 본인이 2020년에 졌다고 생각을 안 하니까요. 바이든이 자신이 했던 것들을 많이 뒤집어 놨으니 ‘애니씽 벗 바이든’ 이라고 하면서 바이든때 했던 것들을 다 뒤엎으려 하겠죠. 대표적으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다시 치겠고 이민자 수용 제한을 바이든때 좀 풀어줬는데 다시 옥죄겠죠. 2016년 당선 이후 나타났던 일들이 재현될텐데 이번엔 이것들이 복수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해질 수 있겠습니다. 예컨데 올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워싱턴 선언은 트럼프가 임기 시작하는 첫날에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에 대해 재임때 그랬듯이 미국이 왜 한국에 파병을 해야하냐고 나오면서 한미동맹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요. 한국으로선 한마디로 트럼프의 미국과 바이든의 미국은 같은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로 봐야될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음회에선‘미국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아시아계는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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