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유격수 김하성 두고…왜 보가츠 영입했나?" FA 실패에 맹비난 받는 SD 단장
[OSEN=이상학 기자] A.J. 프렐러(46)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의 별명은 ‘매드맨(Madman·미치광이)’이다. 지난 2014년 8월 샌디에이고 단장으로 부임한 뒤 공격적인 트레이드와 FA 계약으로 대형 선수들을 쉴 새 없이 영입했다. 뭔가에 꽂히면 물불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 집념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지난 겨울에도 프렐러 단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와 장기 연장 계약을 하면서 FA 시장에 나온 거포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11년 2억8000만 달러에 깜짝 영입한 것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골드글러브 유격수 최종 후보에 오른 김하성과 함께 징계 해제를 앞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까지 팀 내 유격수 자원이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보가츠를 영입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보가츠 가세로 김하성이 2루로, 타티스 주니어가 우익수로 옮기면서 포지션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그러나 보가츠는 올 시즌 109경기 타율 2할6푼5리(415타수 110안타) 11홈런 37타점 OPS .727로 부진하다. 주축 선수로 도약한 2015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 3~4월에만 타율 3할8리 6홈런 13타점 OPS .914로 반짝했을 뿐 5월 이후 타율 2할5푼 5홈런 24타점 OPS .661로 좀처럼 반등 못하고 있다.
보가츠 외에도 마차도(99경기 타율 .251 21홈런 66타점 OPS .765), 크로넨워스(113경기 타율 .227 9홈런 42타점 OPS .693), 다르빗슈(21경기 8승7패 ERA 4.19) 등 프렐러 단장이 연장 계약을 안겨준 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팀도 55승60패로 NL 서부지구 4위, 와일드카드 7위에 그치고 있다. 투자 대비 부진한 성적으로 가을야구가 어려워지자 프렐러 단장을 향한 비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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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계약에 더 관심이 많은 단장” 프렐러 향한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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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디애슬레틱’ 샌디에이고 담당 데니스 린 기자의 독자들과 질의응답 코너에선 프렐러 단장에 대한 팬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한 팬은 ‘타티스와 김하성이라는 매우 유능한 유격수들이 있는데 왜 보가츠와 계약했는가? 그 돈을 올해 더 잘 쓰거나 후안 소토와 연장 계약하는데 쓸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프렐러 단장의 로스터 구성 능력에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팬은 ‘샌디에이고는 2024년 시즌 티켓 가격이 더 오른다고 통보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야구를 보는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수준은 오르지 않고 있다’며 ‘부임 후 9시즌 통틀어 프렐러 단장은 5할 승률을 밑돈다. 풀시즌 기준으로 5할 이상 승률도 1번(지난해 .530)밖에 없다’며 ‘그는 팬들이 몇 년간 지불해야 할 금액으로 터무니없는 계약을 하며 구단에 부담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린 기자는 ‘적절한 질문들이다. 프렐러 단장의 로스터 구성에 대한 우려는 그가 부임한 지 1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년간 팀을 2차례 플레이오프로 이끈 지칠 줄 모르는 스카우트이지만 그 중 한 번은 60경기 단축 시즌에 나온 것이었고, 올해까지 최근 4년 중 두 번째로 엄청난 실망을 안겨줄 위험에 처해있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 샌디에이고는 수비나 선발투수 면에서 뛰어나지만 리그 역사상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공격은 처참할 정도로 부진하다. 벤치와 불펜은 뎁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브랜드 드루리와 1루수로 재계약을 하고, 김하성과 크로넨워스를 유격수와 2루수로 유지하면서 보가츠에게 쓴 돈을 외야수나 여러 구멍을 메우는 데 썼다면 팀의 현재 위치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고 팬들의 불만에 동조했다.
샌디에이고가 보가츠를 영입한 이유는 분명 있었다. 지난해 12월 보가츠 영입 당시에는 마차도가 올 시즌 후 옵트 아웃으로 FA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린 기자도 ‘샌디에이고는 수년간 보가츠를 좋아했고, 마차도를 뒷받침할 만한 또 다른 검증된 타자를 찾고 있었다. 마차도가 옵트 아웃으로 다른 팀에 갈 가능성을 대비한 보험으로 보가츠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스프링캠프 기간 샌디에이고는 마차도와 11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마차도와 보가츠 모두 2033년 41세 시즌까지 초장기로 보장받았다. 두 선수 모두 이제 30대에 접어든 만큼 장기적으로 악성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린 기자는 ‘두 선수가 향후 팀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부임 후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프렐러 단장은 효율적인 로스터 구성보다 화려한 계약에 관심이 더 많은 단장으로 스포츠계에 인식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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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스타들 부진 속에 빛나는 김하성 "프렐러 단장 최고 계약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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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 몰린 프렐러 단장이지만 지난 2021년 1월 김하성을 4+1년 보장 2800만 달러, 최대 3900만 달러에 영입한 것은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에도 유격수 타티스를 비롯해 2루수 크로넨워스, 3루수 마차도로 내야진이 세팅된 상황에서 김하성을 영입해 ‘중복 전력’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첫 해에는 백업으로 뛰면서 김하성의 활용도에 대한 의문을 떼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타티스가 부상과 금지약물 징계로 자리를 비운 사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김하성이 올해는 2루로 자리를 옮겨 타격 포텐까지 터졌다. 올 시즌 110경기 타율 2할8푼8리(368타수 106안타) 15홈런 41타점 27도루 OPS .835를 기록하며 공수주에서 대체 불가 선수로 떠올랐다.
린 기자는 ‘김하성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매우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올해 유격수가 아닌 포지션으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DRS(Defensive Runs Saved·수비로 실점을 막아낸 수치) 부문에서 내야수 전체 1위에 올라있다. NL 타격 1위가 유력한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에 이어 풀타임 2루수 중 wRC+(조정득점생산력) 2위에 올라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린 기자는 ‘여러 스타 선수들이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은 가장 즐거운 놀라움으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임에 틀림없다’며 ‘적응을 위해 노력한 김하성의 공로도 인정받아야 하지만 2021년 시즌 전 그와 계약한 건 프렐러 단장의 최고 작품 중 하나’라고 칭찬했다. 거듭된 실패 속에서 김하성 계약은 프렐러 단장의 업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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