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SR 우회로 '50년 만기 주담대', 34세 이하 연령제한 검토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3. 8. 1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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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대 은행만 1조2811억원 판매.. "소득 작은 청년 대상 상품, 취지 맞지 않아..DSR 우회" 비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규모로, 가계대출은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은행 가계대출 관련 현수막. 2023.8.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입 요건으로 만34세 이하 연령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소득이 작은 청년을 위한 상품인데 대부분의 은행들이 가입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길기 때문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하락해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대출한도가 더 나온다"는 점을 활용해 4대 은행이 지난달에만 1조원 넘게 판매했다. 일각에선 사실상의 DSR 우회로로 가계대출을 늘리는 주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 빼고 대부분 연령제한 없어...당국 "소득 작은 청년 상품이란 취지에 안 맞아"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 규제인 DSR 40%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이 상품의 가입 연령을 34세 이하로 두는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연초 SC제일은행과 수협은행에서 먼저 출시했는데 지난달에는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합류했다. 현재 13개 은행이 판매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는 당장 소득이 작지만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30대 이하 청년에게 대출한도를 더 주기 위한 취지의 상품"이라며 "직종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은퇴 연령에 도달하면 소득이 줄기 때문에 고령자가 50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DSR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며 "이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책모기지와 같이 연령 제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책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은 50년 만기의 경우 가입연령이 만 34세 이하로 제한돼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도 이와 유사하게 35세 이하로 가입 연령을 제한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13개 은행이 팔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는 현재 대부분이 가입연령 제한이 없다. 농협은행(7월5일 출시) 하나은행(7월7일 출시) 국민은행(7월14일 출시)은 연령제한이 없다. 지난달 26일 출시한 신한은행이 대형은행 중 유일하게 대출신청일 기준 만 34세 이하 조건을 달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 평균 기대수명이 84세 정도라면 34세 이하여야 만기까지 돈을 갚을 수 있다"며 "50년 만기 상품이 DSR을 우회로로 쓰이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책모기지와 같이 연령 제한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출 한도 늘어나요" 은행 '유혹'에 4개 은행서 지난달 1조2811억↑.. 주담대 증가액의 33% '풍선효과'
"대출 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50년 만기 상품이 대출 창구에서 인기다.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의 50년 만기 대출 취급액은 지난달 1조28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원이었고, 이 중 주담대 증가액이 3조9000억원(정책모기지 제외한 은행 순수 주담대)이다. 출시 한달도 안 된 50년 만기 상품이 전체 주담대의 33%에 달한 셈이다.

연소득 5000만원에 금리 연 4.36%를 가정하면 30년 만기의 대출 한도는 3억3400만원, 50년 만기는 4억600만원이다. 50년 만기가 7000만원 넘게 더 나온다. 최대 만기가 종전 대비 20년 늘더라도 대출 금리나 중도 상환수수료 조건은 30년 만기와 50년 만기가 동일하다. 당장 대출 한도가 아쉬운 사람이라면 DSR 40%를 우회할 수 있는 50년 만기 상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형 은행 중 유일하게 연령 제한을 둔 신한은행의 대출 취급액은 3억6000만원에 그쳤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한은행처럼 35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걸리면 50년 만기 대출 취급액은 급감할 수 있다. DSR 우회로를 활용한 가계대출 '풍선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50년 만기를 활용하면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부담이 줄기 때문에 대출자 부담도 덜어질 수 있다"며 "대부분의 대출자들이 50년 만기까지 대출을 갚는게 아니라 수 년 안에 중도상환하거나 대출을 갈아타기 때문에 연령 제한을 따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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