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인은 상대가 자신을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표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직접 신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하는 사람은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저는 2006년 선거부터 성남 전역에 기회 될 때마다 나가 명함을 거의 70만∼80만장 돌렸다"며 "누군가 제 명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하고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또 "너무 많이 접촉하니까 상대는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제일 곤란한 경우가 '저 아시죠'다"라며 "행사에서 보거나 밥을 같이 먹었다고 하더라도 기억이 안 나 안면인식장애라고 비난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자신을 안다고 생전에 말했을 수는 있어도, 자신이 김문기씨를 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자필확인서' 작성 사실을 밝히며 "성남시장 때는 김문기를 알지 못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적극 옹호했다.
이 자필확인서는 '본인은 2018∼2019년 경기도 대변인으로 재직하던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님께 김문기 팀장의 연락처를 알려드린 바 이를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이 대표가 기소된 다음 달인 지난해 10월 이 대표 측에게 전달됐다.
김씨는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로 기소된 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대장동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 번호를 알려준 것"이라며 "대표님이 먼저 김문기 팀장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느냐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최소한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까지 김문기씨를 알지 못해 연락처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알리바이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진 2021년 12월에는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자필확인서를 제출한 점에서 사후 말맞추기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맞섰다.
검찰은 "2021년 당시 이 대표가 김씨에게 확인해 해명하지 않다가 뒤늦게 기소되니 자필확인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선 직전 김문기씨 유족을 회유한 의혹을 받는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에게 걸려 온 전화번호의 정체를 두고 검찰과 김씨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전화는 지난해 1월 이 전 사장이 만나자는 취지로 김문기씨의 아들과 통화한 직후 이 전 사장에게 걸려 온 것으로, 전화번호 끝 네 자리는 이 대표의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와 일치한다.
검찰은 김씨 역시 유족 통화 전후로 이 전 사장과 통화 내역이 많다는 점을 토대로 회유 작업이 김씨나 이 대표에게 보고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 전 사장과 자주 통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유족과 관련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문제의 번호 명의자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김씨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씨는 "굳이 제가 해야 하느냐"고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 역시 "증언 거부 대상이 아니다"라며 확인을 요구했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대표도 "알려줘"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제야 휴대전화를 들고 확인한 뒤 "아는 후배의 전화번호로 저장돼 있다"고 답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사장은 "늦게 캠프에 합류한 입장에서 도리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충심을 가지고 김문기씨 아들과 접촉한 것으로 캠프와 상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독단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아들과 통화했을 때 캠프에서 왔다는 식으로 말한 점, 접촉 뒤 이 대표 보좌관 등 캠프 측과 통화했다는 점을 제시하며 보고된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으나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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