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잼버리’ 해외출장 또 있다…퇴직 전 해외연수, 올해만 13명
‘언어 장벽 극복해 잼버리서 적극 업무 수행’ 목적
공무원 3명 10일 유럽 4개국 ‘공무 국외 출장’
제출한 연수 결과에 잼버리 언급 없어
전북 부안군 공무원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계기로 영국 출장을 떠나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관람하거나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에펠탑 같은 관광 명소를 방문하고 “꿈 같은 여행이었다”라는 후기를 남겨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부안군은 지난 6월에도 공무원들을 잼버리를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없애라고 한 퇴직 기념 해외여행 관행도 남아 있다. 올해에만 퇴직을 앞둔 공무원 13명이 군 예산으로 해외 여행을 떠났다.
◇유럽 관광 명소로 짜여진 출장 일정…비용 1인당 250만원 지원
12일 공무원의 국외출장기록을 등록하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 건설교통과 서모씨, 문화관광과 이모씨, 사회복지과 김모씨 등 공무원 3명은 지난 6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에 ‘해외 배낭연수’ 공무국외출장을 떠났다.
이들은 먼저 이탈리아에서 폼페이 유적과 휴양도시 소렌토를 둘러봤고, 로마로 이동해 바티칸 박물관과 성베드로성당, 콜로세움 등을 관람했다. 이어 피렌체에서 두오모 성당을 관람했고, 베니스와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로 이동해 융프라우를 등정했다. 루체른 호수를 둘러본 뒤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을 관람했고, 이어 영국 대영박물관과 버킹엄궁전을 찾은 뒤 귀국했다.
출장 후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연수 목적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과 ‘언어 장벽 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세계잼버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 강화’다. 그러나 출장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결과 보고서에서 ‘잼버리’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후기에서 “관광지 어디든지 방문하는 내내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고 썼다.
다만 부안군은 해외 연수를 떠나는 공무원에게 여비를 전액 지원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간 1인당 200만원씩 지원했고, 물가 상승을 반영해 올해부터는 250만원으로 인상했다. 추가 비용은 개인 부담이다.
◇퇴직 전 공무원들 해외 여행…후기는 “이제 즐기면서 살겠다”
과거 지자체들은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을 해외 여행을 보내줘 비판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5년 퇴직 예정자 국외 연수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권익위가 2020년 점검한 결과 대다수 지자체가 권고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국내·외 연수, 황금열쇠 같은 고가 기념품 예산 집행을 중단하라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부안군은 여전히 이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은 2019년 한 해 동안 퇴직 예정 공무원 22명에게 해외 출장을 보내줬다. 국가는 주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이 많고, 호주와 뉴질랜드, 중국, 베트남도 있다.
출장 내용은 대부분 관광으로 채워져 있다. 2019년 3월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모씨는 귀국 보고서에서 “연수를 하면서 유럽 사람들의 여유와 낭만이 정말 부러웠다”며 “이제 유럽 사람들처럼 여유를 느끼며 즐기면서 생활해야겠다”고 썼다.
퇴직 예정자 해외 여행은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2월부터 중단됐다가 올해 예산을 편성해 부활했다. 부안군에 따르면 올해에만 13명의 퇴직 예정자가 해외 여행을 떠났다. 전북도에 따르면 부안군 소속 공무원은 지난해 말 기준 총 853명으로, 여행을 떠난 퇴직 예정자는 1.5% 수준이다.
비용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출장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1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국가와 방문할 관광명소는 출장을 떠나는 공무원 본인이 결정한다. 부안군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는 무분별하게 (국외 연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저희는 공적심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공직자가 공직에 있던 기간) 공적을 심사를 거친 다음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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