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3번'…사전 예고된 북한 '9·9절' 열병식의 함의는

양은하 기자 2023.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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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또 열병식을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2월 건군절(조선인민군 창건)과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에 이어 9월 정권수립기념일에도 열병식을 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앞선 두 차례와 달리 9월 열병식은 '민간무력 열병식'으로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9월 정권수립 기념일 73주년에도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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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월 이어 9월 정권수립일에도 열병식…'이례적' 평가
'비정규군' 중심 '작은 열병식'…하반기 내부 결속용 이벤트 예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7월27일 저녁 평양에서 북한의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돌(전승절) 경축 열병식이 열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전승절 행사에 초청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주석단에 자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또 열병식을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2월 건군절(조선인민군 창건)과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에 이어 9월 정권수립기념일에도 열병식을 열겠다는 것이다. 열병식은 군과 주민 수만명을 적어도 2개월 이상 동원해야 하는 대형 행사다. 경제 실적을 다그치기도 바쁜 시기에 북한은 왜 또 열병식을 열겠다는 것일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정권수립일 75주년인 오는 9월9일 '민간무력 열병식'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27일 '전승절' 열병식 이후 44일 만이자 올해 세 번째 열리는 열병식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1년에 3차례나 열병식을 개최한 적은 아직 없다. 집권 이듬해인 2012년 4월 '태양절' 열병식부터 최근까지 열린 열병식은 총 14차례에 불과하다. 1년에 1.16회꼴이다. 여기에 열병식 개최를 예고한 것도 과거에는 잘 하지 않던 방식이다. 통일부가 '이례적'이라고 평가를 내놓은 이유다.

열병식 개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병력 수만명이 최소 두 달 전부터 평양 미림 비행장에서 각종 무기를 동원한 예행연습을 하고 평양 주민들도 생업을 뒤로하고 김일성광장에 모여 카드섹션 등을 준비해야 한다. 두 시간 남짓한 한 번의 행사를 위해서 수만명이 수개월간 동원돼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감수하고서도 열병식 개최 횟수를 늘린 데는 한층 심화된 한미와의 대결 정세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미를 겨냥해 '강 대 강'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무기 개발 등 국방력 강화에 속도를 높여가면서 그 결과물을 열병식을 통해 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병식에서는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첫 공개했고, 7월 열병식에서는 무인 정찰기와 공격용 무인기를 새로 선보였다.

한미에 대한 대적 의지와 적대적 감정도 열병식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7월 열병식의 경우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과 연회를 즐기고 나란히 열병식을 관람하는 모습을 통해 북한이 중러의 든든한 지원 속에 한미와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7월27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돌(전승절) 경축 열병식.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열병식은 대외 메시지 표출 뿐 아니라 내부 결속의 의미도 큰 행사다. 국방력 과시를 통해 군과 주민의 사기를 끌어 올려 체제에 대한 결속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열병식을 한 해 3차례나 개최한다는 것은 지금 북한 내부의 사정이 많은 결속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올해는 3년6개월간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해이기도 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난이 누적된 상황이기도 하다.

북한은 앞선 두 차례와 달리 9월 열병식은 '민간무력 열병식'으로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민간무력은 정규군이 아니라 우리의 민방위와 비슷한 노농적위군, 사회안전군(경찰) 등 비정규군 성격의 병력을 말한다. 이번엔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국방력 과시보다는 내부 결속용 행사를 치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1년 9월 정권수립 기념일 73주년에도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개최했다. 당시 열병식에는 ICBM 등 전략 무기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준비 기간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9월 민간무력 열병식도 이와 유사한 형식으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속 메시지를 통해 하반기 남은 기간 경제 성과를 다그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한 번도 열병식 연설에 나서지 않았던 김 총비서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도 있어 보인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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