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자체가 기적, 루턴 타운의 ‘벼룩시장’은 성공할까 [EPL 와치]

김재민 2023. 8. 12.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김재민 기자]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로 구성된 루턴 타운이 또 한 번의 기적을 노린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승격팀은 빅클럽못지 않게 이적자금을 많이 쓰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즌의 경우 노팅엄 포레스트는 이적자금 순지출이 무려 1억 6,000만 파운드(한화 약 2,676억 원)가 넘었다. 리그에서 이적자금을 두 번째로 많이 쓴 팀이었다.

승격 첫 해에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기만 한다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막대한 투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얻을 수익을 당겨 쓰는 개념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팀이 가져가는 연간 중계권료는 최소 1억 2,000만 파운드(한화 약 2,011억 원)다. 여기에 방송 횟수, 해외 중계권 판매 등으로 팀별로 보너스를 추가로 받는다. 즉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할 때마다 1년에 중계권료로만 1억 2,000만 파운드 수입이 보장되는 것이다. 여기에 매 경기마다 판매되는 경기 티켓과 상품 판매, 스폰서 계약 등을 더하면 프리미어리그 강등권 팀이 다른 빅리그 빅클럽보다 더 부유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나 지난 시즌 승격 플레이오프 끝에 마지막 승격 티켓을 따낸 루턴 타운의 여름 이적시장은 '벼룩시장'에 가깝다. 이번 여름 신입생을 9명이나 영입했지만, 지출한 이적료는 도합 1,700만 파운드(한화 약 284억 원) 수준이다.

대부분 지난 시즌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뛰었던 선수로, 2부리그 선수치고도 저렴한 선수들이다. 2부리그 톱레벨 선수의 몸값이 2,000만 파운드를 돌파한지도 꽤 지났다. 지난 10일 본머스가 브리스틀 시티에서 영입한 19세 유망주 알렉스 스콧 한 명의 이적료가 2,500만 파운드(한화 약 418억 원)였다.

루턴 타운이 지나치게 검소한 것은 루턴 타운이 프리미어리그 기준은 물론, 챔피언십 기준으로도 소규모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루턴 타운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4부리그에 있었던 팀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5부리그까지 내려간다. 잉글랜드 축구 리그는 4부리그까지 프로다. 10년 전 세미프로 리그에 있었던 팀이 6년 만에 2부리그까지 올라왔고, 이후 4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까지 이룬 것이다.

루턴 타운은 지난 2022-2023시즌 챔피언십 24개 팀 중 팀 연봉 20위에 불과한 팀이었다. 팀 연봉이 670만 파운드(한화 약 112억 원)로 맨체스터 시티의 간판스타 케빈 더 브라위너 한 명의 연봉(2,080만 파운드/한화 약 349억 원 추정)이 루턴 타운 전체 선수단의 3배가 넘는다.

루턴 타운의 홈구장을 봐도 열악한 수준이 드러난다. 1905년 개장한 케닐워스 로드는 이후 개보수를 거쳤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2부리그 팀이라 해도 믿기지 않는 시설이다. 관중석 한 편은 주택가와 벽을 맞대고 있으며, 관중석 입구 역시 주택과 연결돼 있다. 1만 356명을 수용하는 케닐워스 로드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작은 경기장이기도 하다. 루턴은 프리미어리그 승격으로 확보된 수입을 경기장 개보수에 쓸 예정이다.

루턴 타운의 신입생 중 가장 유명한 선수는 에버턴, 첼시 출신으로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미드필더 로스 바클리다. 그러나 바클리는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앙 OGC 니스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할 만큼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 외 선수들은 대부분 대부분 2부리그 주전 자원이다. 골키퍼 토마스 카민스키는 블랙번 로버스, 수비수 마츠 안데르센은 반슬리, 공격수 맨유 유스 출신인 타이트 총은 버밍엄 시티에서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뛰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임대 합류한 후 완전 이적한 미드필더 마르벨루스 나캄바는 아스톤 빌라에서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의 수준 차를 고려할 때 챔피언십 수준의 선수만 수집해서는 생존이 쉽지 않다. 역대 최약체 승격팀이라는 평가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기적이다.

그러나 루턴 타운은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10년 전 5부리그 팀이 6년 만에 2부리그까지 승격한 것도, 2부리그에서도 가장 가난한 팀 중 하나가 최근 2년 연속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승격까지 달성한 것 모두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기적 같은 행보다. '두 번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적을 3번이나 만든 팀은 4번도 일으킬지도 모른다. 루턴 타운의 2023-2024시즌이 주목되는 이유다.(자료사진=케닐워스 로드 스타디움)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