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 위기의 진짜 원인[PADO]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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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종교적 박해를 피해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서 개신교도들이 피난을 와 만든 나라가 미합중국, 즉 미국입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피난의 나라였고 이민의 나라였습니다. 200여년 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 인구 300만명이던 미국은 3억5000만명의 거대한 '제국'이 됐는데 이젠 새로운 이민자에게 벽을 쌓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미(中美)의 많은 나라가 '거버넌스의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미국 이민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번영하는 미국과 무너지는 중미의 거버넌스가 합쳐져 미국의 국경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 말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도 국경 문제는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7·8월판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이 기사 역시 미국의 국경문제를 조명하고 있는데, '피난' '난민' '불법이민'이라는 한정적인 영역을 다루기는 하지만 국경문제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샌디에이고=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국경 장벽 사이에서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타이틀42'가 11일 폐지되면서 멕시코 티후아나와 샌디에이고를 가르는 장벽 사이 수백 명의 이민자 상당수가 망명 신청을 위해 며칠째 기다리고 있다. 2023.05.12.
2023년 4월,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57,000명 이상의 피난 신청자가 이미 과부하 상태인 뉴욕의 보호시설에 들어왔고, 여전히 하루에 약 200명의 피난 신청자가 도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뉴욕시는 103개의 호텔을 긴급 보호시설로 사용했다. 14,000명 이상의 이주 아동이 공립학교에 등록되어 있었다. "이 도시가 경험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 중 하나"라고 말한 애덤스는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2년 동안 43억 달러로 치솟아 뉴욕시의 다른 공공 서비스 예산을 전반적으로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뉴욕시를 저버렸습니다"라고 애덤스 시장은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의 민주당 소속 시장으로서 당연히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한 명이어야 할 그가 이렇게 나온 것이다.

금년 늦은 봄 트럼프 시대의 국경 단속 정책인 '타이틀 42'를 종료하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따라 3년 동안 시행된 이 행정명령은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5월 11일 이 행정명령을 종료하자 많은 논평가들은 이민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애덤스 시장의 격앙된 기자회견이 몇 주 전에 보여줬듯 미국의 남서부 국경은 바이든의 정책 전환이 있기 훨씬 전에 위기를 맞고 있었다. '타이틀 42' 명령이 시행된 2022 회계연도에 미국 국경순찰대 대원들은 국경을 넘어온 불법입국자들을 220만 명이나 잡았는데, 이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110만 명 이상의 밀입국자들이 미국 국경 당국에 의해 미국내로 석방되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임시 체류 허가를 받고 먼 미래의 날짜에 이민법원에 출두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이 기록적인 밀입국 급증은 미국 사회에 새롭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4월, 공화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보트는 이민에 유화적인 민주당 지도자들이 직접 대규모 입국자 물결을 겪어보도록 수천 명의 불법입국자들을 버스에 태워 뉴욕 등의 '블루 스테이트'(민주당이 강세인 주) 도시로 보내는 정치적 도박을 시작했다. 9월까지 피난 신청자가 급증하자 애덤스 뉴욕시장과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 제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 당국자들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국경 너머 멕시코 쪽에서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벌어지고 있었다. 올봄 텍사스 리오그란데 강 건너편 마타모로스와 레이노사 시에서는 2만 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을 기회를 애타게 기다리며 하수구 하나 없이 구정물, 분뇨로 질퍽거리는 천막촌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깡패들에게 갈취와 성폭행까지 당하고 있었다. 3월 27일 멕시코쪽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는 이민자 구금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설 안에 갇힌 4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보안 요원들은 자리를 이탈해버렸다.

부분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외적 상황에 의해 유입이 촉진된 점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치적 불안정, 범죄집단의 폭력, 코로나19 팬데믹의 심각한 경제적 후유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반구(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집단 이주가 발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10년 전 중미(中美) 북부지역 국가들에서 사람들이 온 가족을 데리고 포악한 폭력조직들과 절망적인 빈곤을 피해 탈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처럼 국가경영 실패와 폭정이 주민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들고 미국이 문제해결을 도와줄 방법이 없는 국가들에서도 수십만 명의 이주자들이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다. 남미(南美)에서는 새롭게 형성된 이주 경로를 따라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에서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의 사람들이 미국 국경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주의 규모만으로는 국경의 기능장애를 다 설명할 수 없다. 국경지대에서 미국 내륙까지 이르는 이 국경 위기의 핵심에는 미국의 '피난처 제공'(이하 '피난')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거의 반세기 전에 외국인의 자국내 박해 주장을 건별로 꼼꼼히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피난 제도는 다른 합법적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대량 이주의 주요 통로가 되었으며, 이는 '피난'의 원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데이터 연구 센터인 트랜잭셔널 레코즈 액세스 클리어링하우스에 따르면 2022년 말경 거의 80만 건의 피난 신청이 이민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는 현재 법원에 밀려 있는 수많은 종류의 이민 소송의 엄청난 적체 중 일부였다. 피난 신청은 평균적으로 결정까지 4년 이상 걸렸다. 그러나 2022 회계연도에 전국 법원이 피난을 허가한 건수는 22,311건에 불과했으며, 작년에 판결을 받은 소송 중 26,000건 이상은 거부되었다. 피난 신청이 거부된 사람들을 추방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가 없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거부된 수만 명의 피난 신청자와 그 가족들은 (이전에 피난 신청을 거부당하고 국내에 불법적으로 머물고 있는 수만 명과 함께) 수백만 명의 불법체류자 대열에 조용히 합류하고 있다.

피난 제도는 모든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다. 국경에서는 입국자들에게 체계 잡힌 입국 경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자국의 정말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적시에 보호하지도 못하며, 엄격한 의미의 '박해'보다는 단지 빈곤을 피해 이주하려는 사람들은 적시에 차단해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 뉴욕, 시카고 등의 도시들이 신규 입국자들에 대한 지원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피난 신청자들이 스스로 일을 하면 자신의 거주 비용도 충당하고 미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텐데, 현재의 시스템은 이를 막고 있다. 대부분의 입국자들은 일을 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기를 열망하며, 역사적으로 많은 이민자들이 돈을 벌었던 농업 및 낙농업, 식품 가공, 조경, 건설, 간호, 간병, 보육 등 많은 산업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시점에 사람들이 입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 제한과 관료주의로 인해 피난 신청자들은 합법적인 취업 허가를 받기 위해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는 '타이틀 42' 대신 국경관리를 위한 야심찬 새 전략을 발표했다. 그 목표는 사람들에게 미국 도착 전 새로운 합법적 경로를 제공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징벌을 부과함으로써 불법 이주를 차단하는 것이다.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입국자는 미국 정부의 모바일 앱을 사용해 육상의 공식 입국사무소에 출석을 위한 예약을 하거나 미국으로 오는 도중에 경유한 제3국에서 이미 피난을 거부당했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피난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 '통과 금지'로 알려진 후자의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도한 조치와 유사하며 실제로 남서부 국경 대부분에 걸쳐 피난을 명분으로 한 입국을 차단할 것이다. 대부분의 무단 입국자들은 구금되어 본국으로 신속히 추방될 것이다. 5월 초, 바이든은 또한 1,500명의 병력을 국경에 추가로 배치시켰다.

이러한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의 접근방식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갱단 두목, 펜타닐 밀매업자, 중국 간첩에게 국경을 개방했다고 비난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더 많은 불법이민을 조장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워싱턴의 이민자 인권단체와 민주당원들은 이 새로운 조치가 법적 기본권과 미국의 도덕적 가치를 침해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 중에서 어느 누구도 피난 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에서 이민제도 개혁 시도는 수년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고, 이 와중에 피난과 관련된 복잡한 관료주의는 사실상의 이민제도로 변질되었다. 피난 제도는 더 이상 위험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경을 지키고 신규 입국자를 미국경제에 통합하는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있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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