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남미 에콰도르 조기대선에 출마한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습니다. 에콰도르는 탄핵위기에 몰린 현 대통령이 지난 5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조기 대선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사망한 비야비센시오는 그동안 8명의 대선 후보 중 중위권에 머물고 있었는데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깜짝 2위'를 차지했습니다. 비야미센시오 후보의 '약진'과 이번 총격 테러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언론인 출신의 정치가로 과거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부패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또한 에콰도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콜롬비아,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에콰도르 검찰은 살해 용의자가 총격전에서 다쳐 병원에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습니다.
중남미는 1980~1990년대에는 민주화의 열풍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눈에 띄게 '민주주의의 후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에콰도르도 예외가 아닙니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중남미에서 경제적 번영의 성공사례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정치적 혼란이 커졌습니다. 현 라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가 두 번 있었고, 이번에 결국 대통령이 하야하고 국회가 해산되었습니다. 에콰도르의 범죄율은 마약 밀매업자과 깡패집단이 협력을 하게 되면서 급등했고, 급기야 2022년에는 살인사건 발생률이 멕시코, 콜롬비아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테러도 이어졌는데, 지난 달에는 항구도시 만타의 아구스틴 인트리아고 시장이 살해되었고, 이번에 대선후보 비야미센시오가 살해되었습니다. 무역, 투자, 마약, 이민으로 엉켜있는 미국과 중남미의 관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이번 에콰도르 사건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아메리카대륙은 혼란 속에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9일 민간에 의한 대중국 투자를 규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양자기술, 인공지능(AI) 등 3개 첨단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는 금지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기술, 부품 등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해왔는데, 이제부터는 '돈'의 유입도 규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중국 민간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들 민간기업에서 개발된 첨단 기술은 중국의 차세대 무기에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투자 규제의 명분입니다. 이른바 중국의 '군민융합'(君民融合) 정책 때문이라는 거죠. 18일에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이러한 대중국 투자 규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과 일본도 동참해줄 것을 요청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주(8월 12일자)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의 이러한 '디리스킹'(심할때는 '디커플링') 정책이 작동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내보냈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해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대중국 '디커플링' '디리스킹' 정책에 따라 수출입 관련 규제도 많아지고 있어서 경제적 효율성도 떨어뜨리고 있는데다, 문제는 그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수입선을 동남아시아로 전환한다고 해도 정밀하게 뜯어보면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는 별로 낮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제품들이 동남아시아산이지만 주로 중국산 부품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결국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동남아산 제품의 수입을 늘리자 동남아 국가들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정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주 18일에 워싱턴 교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정례화'가 공식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매년 개최'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밝혔습니다. 이렇게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해놓으면 누가 차기 한국대통령이 되더라도 틀을 깨기가 쉽지 않게 될 것입니다.
美노동부가 10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이었는데, 동 지수 상승률은 2022년 6월에 최고점(9.1%)을 찍은 후 조금씩 하강하다가 13개월만에 다시 소폭 상승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 동향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지난 6일 중국인 미술학도들이 영국 런던의 브릭레인의 어느 벽면에 중국 공산당의 '핵심 사회주의 가치' 12개를 표현하는 24개의 한자를 스프레이로 써놨고, 이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벽에 스프레이 낙서나 대자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운동은 1978년 베이징에서 있었던 '민주벽'(民主墻)이 시초였는데, 비슷한 일이 런던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이 12개의 '핵심 사회주의 가치'를 발견한 다른 중국인들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불(不)'를 앞에 써놓기도 했고, 또 '평등' 위에는 '하지만 어떤 이들은 더욱 평등하다'라는 말도 덧붙여놓았습니다. 런던 당국은 곧 이 스프레이 낙서를 지워버렸고, 불법 낙서는 처벌대상이며 벌금이 최소 80파운드(약 13만원)라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1978년 중국의 '민주주의의 벽' 운동을 주동했던 웨이징성(魏京生)은 거의 15년간 감옥에 갇혔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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