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 육성이 '확실한 먹거리'.. 소멸 위기 극복에도 효과
장인 배출에 유출 인구 'U턴'까지.. '지역 문화가 곧 먹거리'
어릴 때부터 교육·축제 참여로 지역 문화 애착 형성 노력
네푸타로 둘러싸인 무대 위에 샤미센 연주가 울려퍼집니다.
샤미센은 일본 아오모리현 서쪽인 쓰가루 지방 전통 현악기입니다.
샤미센을 타고 흐르는 음악은 '존카라부시(じょんから節)', '요사레부시(よされ節)', '아이야부시(あいや節)'로 쓰가루 지방의 민요입니다.
연주자는 74살인 나가미네 켄이치 씨로 25살 때부터 샤미센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전국과 세계대회 등에서 상을 받는 등 지금은 샤미센 명인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나가미네 씨는 샤미센을 두고 "나에게 있어 지금까지 자극을 준다"라며 "인생의 기반이 되는 영혼"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나가미네 씨가 연주를 하는 곳은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의 네푸타 마을입니다.
박물관의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마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만큼 안에는 여러 장인들이 직접 네푸타와 관련된 물품들을 직접 생산하고, 관람객들은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네푸타는 히로사키시 지역에서 부르는 네부타의 이름으로, 방언에 따라 생긴 발음의 차이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히로사키시는 이 네푸타 마을에 지역 문화의 정수를 모아뒀는데, 나가미네씨의 샤미센 연주도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나가미네 씨는 샤미센 연주 뿐만 아니라 관람객 체험 일도 맡고 있는데, 인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찾아 이곳의 안내사들은 한국어로 된 매뉴얼을 들고 다니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오모리현의 또다른 시(市)인 고쇼가와라시 역시 네부타가 주된 수입원입니다.
고쇼가와리시는 아오모리시, 히로사키시와 함께 매년 네부타 축제를 여는 지역입니다.
같은 아오모리현 네부타 축제지만 지역마다 개성은 뚜렷합니다.
불리는 이름도 다른 만큼, 제작 방식도 다릅니다.
아오모리시의 네부타가 가로로 긴 형태라면, 고쇼가와라시의 다치네푸타는 20m를 넘는 높이가 특징입니다.
만드는 장인 역시 지역마다 달라 한 장인이 다른 지역의 네부타는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역에서는 다치네푸타를 상징으로 삼아 음식부터 상업시설까지 다치네푸타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매년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는 250만명에 넘는 방문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아오모리현 전체가 네부타(네푸타)를 적극 활용하고 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인구소멸 문제에도 아오모리는 지역 문화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의 큰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역 문화가 먹거리가 되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인구 U턴'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히로사키시 네푸타 마을에서 일하는 47살 미조에 유키 씨 역시 젊은 시절 도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었습니다.
도쿄에서 전기 관련 일을 하던 미조에 씨는 어릴 적 기억에 남은 네부타 축제가 너무 좋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미조에 씨는 연습을 거쳐 이곳에서 네부타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조에 씨는 "도쿄에서 살아보고 싶어 떠났었지만 지금은 고향에 있다"라며 "어린이들에게 지역의 전통문화를 전수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하는 것은 큰 행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며 지역의 문화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조에 씨가 다시 지역을 떠올릴 수 있었던 데는 교육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 주민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지역 문화에 특화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가 먹거리가 되고, 더 나아가 지역 소멸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아오모리현의 사례는 제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사토 히로시 일본 아오모리현 관광국제전략국 유객교류과장은 "아오모리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전통 축제에 참가하는 것으로 향토에 대한 애착이 단계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라며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도 야행심을 잃지 않고 고향을 생각하며 생활하거나, 고향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JIBS제주방송과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아오모리텔레비전(ATV)의 초청·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고승한 (q890620@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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