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그날' 류현진 동점포-벨린저 역전 만루포, 전성기 함께 했던 동지였는데...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은 홈런을 터뜨린 '그날'이 아닐까 싶다.
2019년 9월 23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 시즌 28번째로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6안타 8탈삼진 3실점의 호투를 하면서 타석에서는 메이저리그 유일의 홈런을 터뜨리며 투타에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0-1로 뒤진 5회말 선두타자로 들어선 류현진은 콜로라도 우완 선발 안토니오 센자텔라를 상대로 투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94.1마일 직구가 한복판으로 날아들자 그대로 통타해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겼다. 당시 발사각 30도, 타구속도 100.9마일, 비거리 389피트였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 다저스 홈팬들은 물론 더그아웃도 열광의 도가니로 넘실거렸다. 특히 당시 다저스의 주포로 MVP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던 코디 벨린저가 '내 일'인 양 기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베이브 류스(Babe Ryuth)'라고 소리지르며 난리가 났다"고 했다. '류스"는 전설적인 투타 겸업 출신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런데 류현진의 동점 홈런이 터진 직후 다저스는 작 피더슨의 볼넷, 개빈 럭스의 우전안타, 저스틴 터너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이때 타석에 4번타자 벨린저가 들어섰다. 벨린저는 상대 바뀐 투수 제이크 맥기의 2구째 92.5마일 포심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류현진이 넘긴 그 방향이었다.
다저스는 5-1로 전세를 뒤집었고, 결국 7대4로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시즌 13승과 생애 첫 홈런, 벨린저는 시즌 46호 홈런이 기록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2019년은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뛴 마지막 시즌이다. 그해 29경기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을 마크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 2위에 올랐다. 양 리그를 합쳐 평균자책점 1위였으니, 류현진의 커리어하이라고 할 만하다. 벨린저 역시 그해가 커리어하이였다. 47홈런, 115타점을 때리며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다. 둘은 2019년 다저스 투타의 기둥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 둘은 얄궂은 운명과 맞딱뜨리게 됐다. 류현진이 14일 오전 2시47분 로저스센터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벨린저와 처음으로 맞대결을 벌인다.
두 선수 모두 자신들의 거취와 관련해 중차대한 일전이다. 작년 6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14개월 만에 복귀한 류현진은 이번 세 번째 등판이다. 앞선 두 차례 등판은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는 5이닝 9안타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고, 6일 후인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는 4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고도 강습타구에 무릎을 맞고 교체되는 불운을 맞았다.
다행히 X레이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고 호전돼 예정대로 컵스전에 나서기로 했다.
벨린저는 올시즌을 단단히 벼르면서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0년 이후 부진과 부상이 이어지자 다저스는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그를 논턴데로 풀었다. 몸값에 비해 기대할 게 없으니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것인데, 벨린저로서는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았던 '친정'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을 터.
그러나 FA 시장에서 의외로 많은 구단들이 연락을 해와 그 가운데 가장 조건이 좋은 컵스를 선택했다. 내년 상호 옵션을 걸었기 때문에 벨린저는 올시즌 성적에 따라 옵션을 포기하고 다시 FA가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라면 옵션을 실행할 이유가 없다. 11일 현재 타율 0.327(318타수 104안타), 17홈런, 56타점, 65득점, OPS 0.928을 마크 중인 벨린저는 2019년 이후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 5월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수비를 하다 무릎을 다쳐 한 달간 결장했지만, 복귀 후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타율 0.400, 8홈런, 24타점, OPS 1.122로 '7월의 NL 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류현진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될 수 있다.
4년 전 다저스에서 동점포와 역전포를 날린 동지였고, 올해는 시간을 두고 똑같이 무릎을 다친 둘의 맞대결은 이래저래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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