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게 뭐야? '폭주기관차' 김하성의 질주…1G 3도루→시즌 27도루, 7년 만의 SD '최다'였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16년 트래비스 얀코스키 이후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3도루로 맹활약했다. 팀 승리를 이끌지는 못했지만, 김하성은 이날 매우 빛났다.
메이저리그에는 올 시즌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투수들이 제한 시간 내에 투구를 진행해야 하는 '피치클락'이 도입됐고, 투수가 주자를 견제할 수 있는 횟수 또한 두 차례로 제한됐다. 여기에 각 베이스의 크기가 기존보다 커지게 됐는데, 투수 입장에서 발이 빠른 주자를 베이스에 묶는 것에 제한이 생기면서 기동력을 갖춘 선수들이 날뛸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다.
시즌 초반에는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이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지금은 김하성이 새로운 룰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김하성은 이날 안타 1개를 뽑아내며,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맞대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멀티홈런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하성이 가장 주목받은 순간은 타격이 아닌 '발'이었다. 시애틀 배터리를 그야말로 제대로 휘저었다.
김하성은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뒤 2루 베이스를 훔치며 시즌 25번째 도루를 만들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하성은 후속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삼진을 당한 뒤 후안 소토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다시 한번 내달렸고, 3루 베이스에 안착하며 순식간에 '멀티 도루'를 만들어냈다.
회부터 두 개의 도루를 뽑아낸 김하성은 3회 다시 한번 '폭주 기관차' 처럼 질주했다. 김하성은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애틀 선발 에머슨 핸콕의 4구째 싱커를 받아쳐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또 한 번 2루 베이스를 훔치면서 시즌 27번째 도루를 만들어냈는데, 한 경기에서 3개의 도루를 기록한 것은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김하성은 생애 첫 3도루를 바탕으로 시즌 27도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공동 4위로 점프했는데, 이는 한 가지 기록으로 이어졌다. 미국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샌디에이고 몸담고 있던 트래비스 얀코스키(現 텍사스 레인저스)가 기록한 30도루 이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최다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가 주자를 묶을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면서, 수많은 선수들이 뛰게 되면서 도루 기록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김하성은 이 룰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얀코스키 이후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하게 됐다.
샌디에이고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는 1984년 알렌 위긴스의 70도루. 구단 10위 기록은 2012년 에베스 카브레라의 44도루로 역대 랭킹을 노려보는 것은 힘들지만, 지금의 흐름이라면 얀코스키의 30도루를 뛰어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볼 수 있다.
어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김하성은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15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번째로 긴 기록"이라며 "지난 7월 10일 이후 25경기에서 타율 0.383 OPS 1.057을 기록하고 있는데, 해당 기간 2위에 올라 있는 잰더 보가츠(0.301)보다 0.083이 높다. 그리고 OPS 또한 0.737을 넘은 선수는 후안 소토(0.990), 매니 마차도(0.837) 밖에 없다"고 연일 폭주하고 있는 김하성의 좋은 활약을 짚었다.
수비력에서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군더더기가 없는 김하성은 올해 공격력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뽐내며 현시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로 불리고 있다. 김하성은 11경기 종료 시점에서 110경기에 출전해 106안타 15홈런 41타점 63득점 27도루 타율 0.288 OPS 0.835로 펄펄 날고 있는데, 빠른 발까지 빛나면서 가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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