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없는 소셜미디어는 왜 불가능한가? [티타임즈]

배소진 기자, 박의정 디자인기자 2023. 8.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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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 무작위로 알람이 울리고 업로드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내 친구들의 사진이 내 피드에 누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마다 하루 한 번 찍은 전·후면 사진 단 2장만 게시가 됐다가 매일 초기화되는 것이다.

비리얼이 사진을 하루에 한 장만 올릴 수 있게 하고, 심지어 24시간이 지나면 친구의 사진을 지워버리는 것은 기존 소셜미디어와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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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만 필터 없는 일상 공유하자던 '비리얼'은 왜 시들해졌나


하루 한 번 무작위로 알람이 울리고 업로드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내 표정을 확인하거나 필터를 입힐 시간은 없다.

2020년 출시한 프랑스 소셜미디어 앱 '비리얼'(Bereal)은 이처럼 '날 것 그대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콘셉트로 2022년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2022년 1월 80만 건 정도였던 앱 다운로드 수가 2022년 4월 350만 건으로 뛰어오르더니 7월엔 770만 건, 9월 1,470만 건을 기록했다. 2021년만 해도 180만 건에 불과하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년 만에 8,300만 건까지 늘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도 2021년 1월 92만 명에서 2022년 8월에는 7,35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022년 연말 애플 앱 스토어 '올해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 말 그대로 2022년은 비리얼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비리얼의 열기가 급격하게 식고 있다. 2023년 4월, 전년보다 사용자 수나 다운로드 수가 확연하게 둔화했다는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비리얼의 앱 다운로드 수는 2022년 9월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세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앱토피아는 비리얼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2022년 10월 2,000만 명을 기록했지만, 2023년 3월에는 6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도 "비리얼의 마법이 깨진 것 같다"며 Z세대가 비리얼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한 17살 고등학생은 "Z세대는 기차에 정말 빨리 올라타지만, 그 기차에서 내리는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며 Z세대 사이 시들해진 비리얼의 인기를 설명했다.

인기 비결이던 '랜덤 알림' '2분 타이머' 오히려 독 됐다
비리얼의 인기는 독특한 규칙 때문이었다. 앱은 매일 무작위 시간대에 모든 사용자에게 동시에 사진을 올리라는 의미의 ''Time to Bereal' 알람을 보낸다. 알람이 울렸을 때 딱 한 번 사진을 올릴 수 있다. 알림을 받으면 2분 내에 전면과 후면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늦게 올릴 수도 있지만 사진 옆에 정해진 시간보다 얼마나 늦게 사진이 올라왔는지 표시되는 벌칙이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규칙은 내가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친구의 사진도 볼 수 없다는 것. 친구들의 사진은 하루가 지나면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내 친구들의 사진이 내 피드에 누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마다 하루 한 번 찍은 전·후면 사진 단 2장만 게시가 됐다가 매일 초기화되는 것이다. 최고의 순간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친구들의 삶보다 자기 삶에 충실 하라는 것이 비리얼의 철학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규칙은 결국 비리얼 사용자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리얼이 사진을 하루에 한 장만 올릴 수 있게 하고, 심지어 24시간이 지나면 친구의 사진을 지워버리는 것은 기존 소셜미디어와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온종일 앱에 접속해 화려한 사진을 확인하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다른 소셜미디어들과 달리, 현실의 삶을 공유하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대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앱에 접속해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는 것은 곧 앱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는 2022년 9월 조사에서 안드로이드 비리얼 사용자의 9%만이 매일 앱을 연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이 39%, 틱톡이 29%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숫자다. 평범한 일상의 사진만 공유되는 것에 사람들이 금세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이를 '온라인 진정성의 역설'이라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진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온라인에서는 현실적이고 일상의 모습을 잘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 멋지고 흥미로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인간 본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진=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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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 기자 sojinb@mt.co.kr 박의정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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