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진석 선고로 다시 제기된 판사 ‘정치 성향 판결’ 문제

이세영 기자 2023. 8. 12.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명예훼손’ 1심 판사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11일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의 판사는 박병곤(38)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판사였다.

그는 지난 10일 검사가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정 의원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정 의원은 “감정적 판결”이라고 반발했고, 법조인들은 “다른 명예훼손 사건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이지원

이후 법조계에서는 박 판사가 고교와 대학 때 썼던 글들과, 소셜미디어 활동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 박 판사의 과거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이를 주도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박 판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방송인 주진우씨 등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박 판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현 야권 인사에 집중됐다.

정 의원 혐의는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 싸움 끝에 아내 권양숙 여사는 가출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박 판사는 “글 내용이 악의적이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 판사가 고3 때인 지난 2003년 10월 작성한 글에는 “만일 그들(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른 글은 박 판사가 모 대학 신문사에서 활동하던 2004년 3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군 장갑차 사망 여중생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쓴 ‘후기’였다. 여기서 그는 “전·의경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라며 “천대 만대 국회의원 해먹기 위해서 대통령을 탄핵시킨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한나라당 녀석들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박 판사는 군 법무관으로 재직할 때인 2014년 트위터 활동을 하면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기사와 글을 찾아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박 판사의 정치 성향은 친노(親盧)에 가깝고,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거론한 ‘정진석 사건’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진석 판결’은 판사의 정치 성향이 판결에 반영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판사도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고 판결에도 스며들 수 있지만, 이번 판결처럼 노골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형사 판결은 판사가 누구냐에 좌우되지 않고 일정한 진폭 안에서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김명수 대법원’ 들어 그런 기본이 무너졌다”고 했다.

한 원로 법조인은 “이제 재판부가 배당되면 피고인들은 그 판사가 어떤 성향인지부터 찾아 본다”며 “사법의 신뢰와 형사 재판의 안정성이란 측면에서 이런 불신을 막는 것이 이제 사법부의 숙제로 떠올랐다”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본지에 “특정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게시글의 일부 내용만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없다”면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이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우려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판사는 법원 관계자를 통해 “공개된 판결문 외에 다른 일체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