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에도 맨몸에 불 속으로… 초등학생 남매 구한 소방관

김명진 기자 2023. 8.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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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소방서 양일곤 소방장
아파트 관리소장이 칭찬 글 올려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소방호스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불을 끄고 있었습니다. 고맙단 말도 못 했습니다.”

지난 4일 오전 9시 58분쯤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난 불을 맨몸으로 진압한 시민이 있었다. 그를 칭찬한다는 글이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아파트 관리소장 이현산(60)씨가 쓴 글이다.

“입주민 중 누군가가 화재를 진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방호스를 만지는 솜씨가 숙달된 모습이었고, 처음 잡아본 사람같진 않았습니다.”

시민의 정체는 마포소방서 소방장 양일곤씨였다. 양씨는 휴무일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화재를 목격했다. 아파트 2층 실외기실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치솟고 있었다.

양씨는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몸이 반응했다. 공동현관을 지나 2층까지 달음질해 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냈다. 그러나 현관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문을 두드렸다. 3분여가 지났다. ‘띠리릭’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초등학생 남매가 눈을 비비고 서 있었다. “놀랬지? 얼른 나가자.” 아이들을 밖으로 대피시키고 진화에 나섰다. 불은 5분만에 꺼졌다.

불을 끈 양씨는 말없이 현장을 떠났다. 수소문 끝에 뒤늦게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올해로 18년차 소방관이다. “휴일이라고 화재 현장을 지나칠 수 있을까요? 저는 소방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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