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천연향수 대가 "재스민 속 육백가지 성분 즐겨보세요"
100% 천연 재료로 맞춤형 소량 생산
"뿌리는 향수, 감상해 보라...향에 대한 시야 넓어질 것"
같은 재스민 향도 천연 재료에서는 육백가지 성분이 있다면 인공 향료에는 많아야 서른 가지가 포함됐어요. 천연 향수에서는 향의 깊이감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죠.
프랑스 조향사 니콜라드바리
최근 국내에서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의 개성과 창의성을 담아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니치향수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7,067억 원으로 이 중 니치향수가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니치향수는 대부분 인공 합성향료를 썼다. 한 병에 100만 원을 호가한다는 최고급 향수 브랜드 아모아쥬도 천연 향료 비율이 25% 정도다. 천연 재료의 안정적 생산이 어려워 100% 천연 재료로 만든 향수는 찾기 어렵다.
프랑스에서 천연 향수의 대가로 알려진 조향사 니콜라드바리(Nicolas de Barry·75)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작가, 외교관으로 경력을 쌓다 40대 중반인 1992년 향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지금껏 100% 천연 재료로만 향수를 만들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예술적 조향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교육기관을 세워 프랑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는데 한국의 니치향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조향사들을 대상으로 닷새 동안 천연향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달 17일 그를 프랑스 피토-아로마테라피 협회 공식 지정 교육기관인 서울 강남구 샹다롬에서 만났다.
100% 천연재료로 만든 향수, 추억 부르는 향
그는 명품 브랜드에 소속돼 트렌드에 맞춘 향수를 만드는 대신 프랑스 루아르 계곡의 캉드생마르탱에 있는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소량의 맞춤형 향수를 만든다. 고객과 면담을 통해 기억과 취향에 맞춘 향을 찾아주는 향수계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오트 퍼퓨머리(Haute Parfumerie)'인 셈이다.
그는 "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고객에게 지중해에서 유명한 허브류를 가지고 향수를 만들어줬는데 향을 맡더니 울음을 터뜨렸다"며 "30년 동안 못 맡은 정원의 향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가 "천연 재료로 만든 향수를 접하면 그 깊이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소량의 맞춤형 향수를 만들던 그가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2003년 조르주 상드, 마고여왕, 루이 15세 등 역사적 인물이 썼던 향수를 재현한 '역사적인 향수' 컬렉션이다. 그는 19세기 프랑스 여성 소설가 조르주 상드가 생전 자신의 조향사와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향수에 대한 세세한 레시피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그녀의 향수를 되살렸다. 그는 "조르주 상드는 특히 고급 남성 향수에 많이 쓰이는 민트과 허브인 패츌리의 강한 팬이어서 그의 향수도 패츌리가 베이스로 쓰였다"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의 향수 취향을 탐색하며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이들의 성격도 발견했다. 그는 "루이 15세는 전쟁광처럼 비쳐지곤 하는데 그 자신이 베르사유궁 안에 향수 만드는 공간을 두고 직접 조향했다"며 "그는 특히 스페인 세빌리의 오렌지 향을 좋아해 오렌지 나무를 심고 자신이 만든 향수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천연 향수의 예술성을 알려 문화예술사에 이바지한 공로로 그는 2011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기사'(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사료 바탕으로 조르주 상드, 루이 15세 향수 재현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재료를 발굴하는 그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연꽃이다. 그는 "연꽃은 아침에만 열려 향을 내뿜고 세 번 꽃을 피우면 지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합성은 해도 천연 향수는 없었다"라며 "캄보디아에서 천연 연꽃 향을 추출하고 있는데 1년 안에 세계 최초로 천연 연꽃향을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국내 소비자들이 향수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 "향수를 몸에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을 감상하듯 즐겨보세요. 사람들을 초대해 다양한 향수의 향기를 맡아보고 감상을 나눈다면 향에 대한 시야도 넓힐 수 있을 겁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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