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볼이 뭐길래… 이 더위에 ‘펑펑’
배드민턴 코트서 ‘탁구채 라켓’
섭씨 33도를 넘긴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내 ‘울먼 링크’. 챙이 긴 모자를 쓰고 반팔, 반바지를 입은 수십 명이 운동 중이었다. 가로 6.1m, 세로 13.4m짜리 배드민턴 코트에서 탁구채와 비슷하게 생긴 라켓을 들고 노란색 공을 주고받았다. 상대방 코트로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이곳은 겨울이면 아이스 링크로 변신해 뉴요커들이 스케이팅을 즐긴다. 하지만 폭염이 몰아닥친 요즘은 열 네 개의 코트가 설치된 피클볼 경기장으로 변신해 있다. 테니스와 탁구, 배드민턴을 합친 것 같은 피클볼은 1965년 미국에서 시작돼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신흥 구기 종목이다. 그 열풍의 중심에 뉴욕이 있다.
뉴요커들의 피클볼 사랑은 ‘광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센트럴파크 같은 널찍한 녹지 공간뿐 아니라, 사람과 차로 가득 찬 맨해튼 시내에도 코트가 숨겨져 있을 정도다. 규칙은 여느 구기 종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패들’이라고 불리는 라켓으로 구멍이 송송 뚫린 공을 상대 코트에 넘기면서 점수를 쌓는다. 탁구처럼 11점을 먼저 내는 쪽이 이긴다. 전미 피클볼 협회에 따르면 이 스포츠는 1965년 워싱턴주의 섬마을 베인브리지아일랜드에서 아이들의 놀거리를 고민하던 아빠 세 명이 머리를 맞댄 것이 시작점이다. 배드민턴 코트는 있었는데 배드민턴 채와 공이 없어서 가지고 있던 도구를 조금 변형했다. 이름에 대해서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발명자 중 한 명의 반려견 ‘피클’이 경기 중 떨어진 공을 물고 도망친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규칙이 간단하고, 코트가 작아 다른 종목에 비해 많이 뛰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에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신종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피클볼 마니아 칸씨는 지역 언론 ‘퀸즈 크로니클’에 “당신이 걸을 수만 있으면 피클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올 초 CNBC는 미국인의 14%가 ‘최근 1년 새 한 번 이상 피클볼을 해 본 적 있다’고 응답한 설문 조사 결과를 전하며 “피클볼 열풍은 ‘찐’이다(The pickleball boom is real)”라고 했다.
패들로 피클볼을 쳤을 때 나는 소리가 크다보니 이웃 간 소음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 들어보면 커다란 ‘뽁뽁이’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뉴욕타임스는 ‘전자레인지에서 팝콘이 데워지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했다. 이 때문에 피클볼 코트가 설치된 지역의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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