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원 ‘침팬지 부부’, 죽음과 맞바꾼 2시간 탈출
대구 달성공원에서 사육 중이던 침팬지 부부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붙잡혔다. 이 중 한 마리는 마취총을 맞은 뒤 회복 중 기도(氣道)가 막혀 숨졌다.
대구경찰청과 대구시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8시 50분쯤 대구 중구 달성공원에서 침팬지 2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 둘은 부부 사이로, 암컷은 37살 ‘알렉스’이고 수컷은 25살 ‘루디’다.
침팬지 부부가 살던 우리는 정면의 철창과 외부로 통하는 뒷문이 있는데, 이날 사육사가 우리를 청소하기 위해 뒷문을 열자 갑자기 침팬지들이 탈출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은 오전 10시 40분쯤 침팬지 2마리를 모두 포획했다. 탈출 약 2시간 만이다. 암컷 ‘알렉스’는 오전 9시 30분쯤 사육사들의 유도에 따라 스스로 우리로 들어갔지만, 수컷 ‘루디’는 달성공원 일대를 마구 돌아다니다가 마취총을 맞고서야 잡혔다. 포획 과정에서 사육사가 왼쪽 팔을 물리기도 했다.
달성공원 측은 탈출 직후 관람객을 대피시키고 공원 출입문을 폐쇄했다. 이어 경찰, 소방관, 사육사가 함께 포위망을 구축해 침팬지 이동 범위를 좁혔고, 소방대원이 마취총을 발사해 루디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루디는 마취 후 회복 과정에서 기도가 막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오후 1시 30분쯤 질식사했다.
1990년대 말 달성공원에 온 알렉스는 전(前) 짝과 사별한 뒤 10여 년간 독수공방하다가 2014년 새 짝 루디를 만났다. 당시 알렉스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40대 후반이었다고 한다. 달성공원은 당시 5000만원에 수컷 침팬지를 구한다는 공고도 냈다.
새 짝 루디는 한때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스타였다. 조련사와 골프를 치고 사육사와 블록 쌓기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서 새로 온 다른 침팬지들과 마찰이 잦아 달성공원으로 옮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달성공원 관계자는 “수년 동안 매일 뒷문을 열었지만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침팬지가 왜 탈출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루디가 공격성을 보이는 데다 공원 인근에 주택이 밀집해 있어 마취총을 사용했는데 기도가 막혀 숨지니 안타깝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