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20년 전 기술에 매달리는 中 반도체…동앗줄? 최후의 발악?

오진영 기자 2023. 8. 1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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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의 반도체 갈등에서 중국이 승리하고 있다는 중국 내 만평. / 사진 = 바이두

"28나노 공정은 여전히 전장(전자장치), 스마트폰, TV에 사용됩니다. 중국 반도체의 28나노 경쟁력은 미국의 부당한 제재에 맞설 힘입니다."

중국 반도체기업 관계자가 최근 28나노 공정 투자 확대에 대해 한 말이다. 28나노는 14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아 구형(레거시) 공정으로 불린다. 그러나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 등 중국 업계는 올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28나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미세공정 대신 28나노에 집중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며 "품질을 개선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구형 공정에 열을 올린다. 첨단 공정을 포기하고 28나노에 집중하면서 전용 노광장비를 개발하고, 수입량을 줄여 국산화에 나섰다. 상용화 12년이 넘은 과거의 기술이지만, 여전히 주요 IT(정보기술) 제품용 칩에 사용될뿐더러 미국의 제재도 비껴가 중국 반도체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다만 낮은 신뢰도, 미국의 추가 제재안 등 불안요소가 되레 기술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나노로 대중제재 넘는다" 중국의 자신감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 유일의 반도체장비업체 상하이웨이디엔지(SMEE)는 최근 28나노급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순수 중국 내 기술로 제작된 제품으로, 이르면 올해 말 정식 출시가 유력하다. 현지 업계는 SMEE의 노광장비가 28나노급은 물론, 14나노급과 7나노급 칩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예정대로라면 중국 반도체는 제조 장비와 칩 모두 국산화에 성공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장비가 28나노급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가 28나노 공정에 주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신궈지는 올해부터 7나노, 14나노 등 미세공정 라인을 28나노 공정으로 전환하고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반기에는 베이징의 팹(생산시설)에서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타이지디엔(TSMC), 리엔디엔(UMC) 등 대만 업체도 중국 내 28나노급 공장 건설을 서두른다.

중국 기업이 28나노급에 매달리는 이유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첫손에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18나노 공정 이하의 D램,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의 생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자체 기술력이 부족하고 외국산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중국 반도체가 미세공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세공정 장비·기술 국산화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부가 제품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자동차나 5G,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여전히 구형 반도체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원인이다. 구형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의 75% 가량을 차지한다. 중국 반도체가 28나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 그리전기·하이신(하이센스) 등 전자기업은 물론 비야디, 상하이자동차 등 차 산업의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 관영 인민일보는 "28나노는 현재 가장 넓은 적용 범위를 가진 공정"이라며 "공정 경쟁력 강화는 신피엔(칩) 제조업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중국 업계는 팹리스(설계 전문)부터 장비와 칩 모두 국산화를 달성해 서구권의 규제를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28나노 비중 확대는 중국 기업이 잘하는 공정에 집중해 세계 최대 규모의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것"라며 "해외에서는 기술 후퇴라고 주장하지만, 산업 전반의 건전성 달성과 기술 혁신, 제재 효과 완화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년 전 기술로 굳이?…중국 이해 못 하는 해외 반도체업계
중신궈지(SMIC) 칩. / 사진 = 중신궈지 제공

해외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28나노 공정 전환이 자충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28나노 공정의 낮은 신뢰도다. 최근 수율이나 개발 경과가 공개됐지만, 중국 1위 중신궈지의 품질마저도 경쟁 기업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중국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기술 격차는 2~5년 수준"이라며 "TSMC도 아니고 SMIC가 28나노 공정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아직은 이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제재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은 유럽연합(EU)와 손잡고 중국의 구형 칩 공정까지 규제 범위를 늘릴 예정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중국이 구형 칩에 쏟아붓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형 칩이 대부분 유럽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에 투입되기 때문에, EU도 규제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파운드리 기업은 이미 28나노 공정 투자를 축소하는 추세다. 타이지디엔도 최근 가오슝에 짓고 있는 28나노 공정을 2나노 미세공정으로 전환했다. 대만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레거시 공정 투자를 늘리면 대만이나 한국, 일본 파운드리가 미세공정 투자를 늘리면서 기술 격차만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대만 기업은 구형 물량을 중국에 전가하고, 첨단 칩을 전담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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