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20년 전 기술에 매달리는 中 반도체…동앗줄? 최후의 발악?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중국 반도체기업 관계자가 최근 28나노 공정 투자 확대에 대해 한 말이다. 28나노는 14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아 구형(레거시) 공정으로 불린다. 그러나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 등 중국 업계는 올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28나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미세공정 대신 28나노에 집중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며 "품질을 개선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장비가 28나노급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가 28나노 공정에 주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신궈지는 올해부터 7나노, 14나노 등 미세공정 라인을 28나노 공정으로 전환하고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반기에는 베이징의 팹(생산시설)에서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타이지디엔(TSMC), 리엔디엔(UMC) 등 대만 업체도 중국 내 28나노급 공장 건설을 서두른다.
중국 기업이 28나노급에 매달리는 이유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첫손에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18나노 공정 이하의 D램,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의 생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자체 기술력이 부족하고 외국산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중국 반도체가 미세공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세공정 장비·기술 국산화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부가 제품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자동차나 5G,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여전히 구형 반도체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원인이다. 구형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의 75% 가량을 차지한다. 중국 반도체가 28나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 그리전기·하이신(하이센스) 등 전자기업은 물론 비야디, 상하이자동차 등 차 산업의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 관영 인민일보는 "28나노는 현재 가장 넓은 적용 범위를 가진 공정"이라며 "공정 경쟁력 강화는 신피엔(칩) 제조업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해외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28나노 공정 전환이 자충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28나노 공정의 낮은 신뢰도다. 최근 수율이나 개발 경과가 공개됐지만, 중국 1위 중신궈지의 품질마저도 경쟁 기업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중국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기술 격차는 2~5년 수준"이라며 "TSMC도 아니고 SMIC가 28나노 공정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아직은 이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제재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은 유럽연합(EU)와 손잡고 중국의 구형 칩 공정까지 규제 범위를 늘릴 예정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중국이 구형 칩에 쏟아붓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형 칩이 대부분 유럽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에 투입되기 때문에, EU도 규제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파운드리 기업은 이미 28나노 공정 투자를 축소하는 추세다. 타이지디엔도 최근 가오슝에 짓고 있는 28나노 공정을 2나노 미세공정으로 전환했다. 대만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레거시 공정 투자를 늘리면 대만이나 한국, 일본 파운드리가 미세공정 투자를 늘리면서 기술 격차만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대만 기업은 구형 물량을 중국에 전가하고, 첨단 칩을 전담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박수홍, 母만큼은 지켰는데…친형 측 증인 신청, 억장 무너져" - 머니투데이
- 차승원, '♥4살 연상 아내'에 애교 폭발…"남편 갈 때까지 잘 있어" - 머니투데이
- 강부자, 집안 재력 '깜짝'…"父 기름집 사업 성공, '금수저'였다" - 머니투데이
- '53세' 유해진 "비혼주의 NO…결혼할 시기에 삐끗, 때 놓친 듯"
- 女동료와 모텔 간 남편, 따졌더니…방 사진 보여주며 '황당 변명' - 머니투데이
- 미국서 HBM 패키징 공장 짓는 'SK하이닉스' 인디애나주 법인 설립 - 머니투데이
- 인증샷 투명곰에 최현욱 나체가…빛삭했지만 사진 확산 - 머니투데이
- 수능에 '尹 퇴진' 집회 사이트가 왜 나와…논란된 문제들 봤더니 - 머니투데이
- 영국·스페인 일간지, X 사용 중단 선언..."가짜뉴스 확산 플랫폼" - 머니투데이
- 슈주 예성, 김희철 때렸다?…"공연 때문에 다퉈, 눈물 흘린 건 맞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