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둑 터진 지방 하천… ‘4대강 사업’ 한 낙동강 본류는 멀쩡
낙동강 본류, 10년간 큰 홍수 없어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10일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방 하천 제방이 또 무너지며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4대강 사업’을 마친 주요 하천의 본류(本流)는 이번에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지난달 기록적인 장맛비가 쏟아졌을 때 홍수 피해는 강을 정비하지 않은 지류·지천에 집중됐었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카눈’ 여파로 전국에서 총 9건의 제방 붕괴가 확인됐다. 모두 대구·경북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대구 군위군의 경우 250㎜ 안팎의 집중 호우에 남천(川) 제방이 터지면서 민가가 물에 잠겨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 172명이 발생했다. 남천은 낙동강 지류다. 남천에서 위천으로, 위천에서 낙동강으로 물이 흐른다. 반면 2013년 4대강 사업을 마친 낙동강 본류에선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애초 본류 공사가 끝나는 대로 지류·지천 정비를 하려고 했지만 야당과 환경 단체 등 반대에 막혔다. 10년 가까이 지류·지천을 손보지 않으면서 최근 홍수 피해가 지류·지천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천 외에 ‘카눈’으로 제방이 유실된 곳은 경북 포항 신광천, 경주 덕동천·감존천, 의성 쌍계천, 울진 박금천·나곡천·화방천 등이다. 이 중 포항 신광천은 제방 두 곳이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금강 지류인 미호천 옆에서 발생했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한강·금강·영산강과 비교해 지류와 지천 관리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낙동강은 환경 단체 등이 4대강 보(洑) 해체의 근거로 삼는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4대강 16개 보 건설 전후 10년간 보 인근 수질이 악화한 곳은 3곳뿐인데, 모두 낙동강 상류에 속해있다. 낙동강 상류 지역의 소·돼지가 2012년 89만 마리에서 2021년 103만 마리로 14만 마리(15.7%) 늘어나는 동안 분뇨 처리 시설은 개선되지 않았다. 나대지에 쌓아둔 가축 분뇨 등이 그대로 하천에 유입된 것이 녹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 하천의 지류와 지천에 대한 준설 등 ‘포스트 4대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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