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2조 챙기고선… 문제 터지자 또 손 벌린 지방정부
화장실·샤워실은 엉터리 준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준비 부족과 태풍 ‘카눈’ 등의 영향으로 파행으로 치러지면서 지방자치 행정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보다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챙기고, 정작 문제가 터지자 중앙정부에 다시 손을 벌리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11일 새만금개발청 등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8.84㎢)은 당초 ‘관광·레저용’이었다가 ‘농업용지’로 변경됐다. 관광용지로 매립을 진행하면 통상 5년 넘게 걸리는데, 농업용지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관리기금을 끌어올 수 있어 바로 매립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전북도는 “신속하게 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에 용도 변경을 건의해 3년 동안 1846억원을 지원받아 공유수면(갯벌)을 메웠다. 당시 새만금엔 이미 매립돼 있는 다른 땅이 있었지만, 전북도는 ‘잼버리에 맞춘 신속 개발’을 명분으로 추가로 땅을 매립한 것이다.
이런 갯벌 간척지는 야영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당초부터 제기됐지만, 전북도는 흙을 더 쌓고 염분에 강한 나무 등을 심어 단점을 보완하겠다고 정부를 설득했다. 이후 전북도는 잼버리를 준비한다며 중앙정부로부터 공항, 도로 건설비 등 수조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보했다. 한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샀지만, 전북도는 잼버리 덕에 2조원 넘는 예산을 받아 자기 지역을 개발한 셈이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새만금에 공항 만들고 도로 깔려고 잼버리를 유치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화장실과 샤워장 위생도 관리하지 못해 파행을 빚었다가 정부가 69억원을 긴급 투입해 겨우 안정을 찾았으나, 태풍 영향으로 결국 조기 철수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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