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근 누락 아파트들 사후 조사조차 부실하게 하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철근이 누락된 단지는 기존에 발표한 15곳이 아니라 20곳”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LH는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91개 아파트 가운데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5곳은 담당자들이 철근 누락이 경미하고 안전에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사장에게 보고조차 안 했다는 것이다.
LH가 허술함을 드러낸 건 이뿐 아니다. 무량판 공사 아파트를 전수 조사 한다면서 11개 단지를 빼 먹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총 102곳을 조사했어야 했지만 91곳만 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을 못 하니 앞으로 철근 누락 아파트는 더 나올 수도 있다. LH는 보강 공사조차도 불신을 자초했다. 철근 302개 가운데 126개가 누락된 곳의 보강 공사를 하면서 입주민에게는 페인트 도색 공사인 것처럼 속였다.
LH는 철근 누락 아파트 20곳에 대해 한국건축구조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서 보강 공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이번에는 진짜로 달라져야 한다. 보강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철근 누락뿐 아니라 기존 기둥의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치에 적합한지 보다 정밀하게 진단해야 한다. 만약 추가 부실이 발견된다면 보강공사가 아니라 재시공도 하겠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임해야 한다.
철근 누락 아파트로 인해 LH 발주 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각 단계에서 얼마나 무사안일과 비리가 만연한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철근 누락 아파트 15곳 가운데 8곳의 감리 업무를 LH 출신이 영입된 업체가 맡았다. 불과 2년 전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해체 수준의 혁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말로만 그쳤다. 고질적 병폐를 전혀 근절하지 못했다. 이번에 LH는 상임이사 이상 전체 임원이 사직서를 내고 근본적 개혁을 약속했다. 강도 높은 조직 쇄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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