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議席 잃는 선거, 정권 잃는 선거
제자리 찾기 과감히,
內部 비판엔 숨통을
온 나라 똥바다 만든
문재인의 ‘우리편第一主義’
경계해야
한국 정치는 지금 3당 구도를 닮아간다. 크기로 보면 국민의 힘·무당파(無黨派)·더불어민주당 순(順)이다. 무당파는 꾸준히 늘어 작년의 두 배, 30%대 중반에 달한다. 국민의 힘과 민주당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쇠퇴하고 있다. 무당파는 당원이 없다. 정강·정책도 없고 따라서 노선(路線)도 없다. 능동적 정치 주체(主體)가 아니기에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다. 요즘 추세로 보면 이런 5무(無) 세력이 최대 정치 집단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당파란 원래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는 모래알의 묶음이다. 선거 때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기권하는 게 대부분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애당초 무당파는 정치 셈에 넣지도 않았다. 요즘 무당파는 원조(元祖) 무당파와 성격이 달라졌다. 여당에 실망하고 야당에 불만이 커 이탈한 사람들이다. 이런 부스러기가 모여 산을 이룬 것이다. 그냥 산이 아니라 몸뚱이의 9할이 물 아래 잠긴 빙산(氷山)이다. 초호화 거대 여객선 타이태닉호도 빙산에 부딪혀 속절없이 가라앉았다. 정치 빙산도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무섭다.
종래 정치권이 무당파를 무심하게 넘긴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무당파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지지자를 ‘가출(家出)한 집토끼’라고 부르며 경시(輕視)한 데서 드러나듯 막상 투표장에 나가면 ‘그래도 어쩌겠나…’ 하며 옛 지지 정당에 표를 던진다는 고정관념이다.
지지 정당에 불만을 가진 지지자들 행태는 보통 3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일편단심(一片丹心)파다. 한때 바닥을 기던 한화 이글스 열성 팬처럼 팀 성적이 오르기만을 말없이 기다린다. 둘째는 지지를 철회하지 않으나 체질 개선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다. 내부(內部) 항의자다. 마지막은 두말없이 애플 아이폰에서 삼성 갤럭시로 갈아타듯 지지 정당을 바꾸는 것이다. 정당이 몰락을 회피하고 집권 유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부 비판자 관리다. 내부 비판을 억압하거나 비판에 귀를 닫아버리면 탈출 사태가 벌어진다. 그런 정당은 쇠락(衰落)을 피할 수 없다.
무당파의 급속 증가는 여야 정당의 리더십 유형과 내부 의사소통 구조와 직접 관련이 있다. 공화당 정권이 무너지고 얼마 안 된 1980년대 초 어느 정치원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권력자는 외부 비판에는 독(毒)이 들어있다 생각하기에 노선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내부 비판이 중요하다. 펀치를 맞아 보면 악의(惡意)인지 선의(善意)인지 금방 안다. 급소(急所)를 살짝 비켜가며 치는 게 내부 비판이다. 그걸 맞고 아픈 척하며 노선과 태도를 변경하는 게 현명한 권력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총재의 마지막 장면을 서로의 ‘급소 치기’였다며 아쉬워했다.
35% 무당파가 내년 총선 투표장에 얼마나 나갈지, 투표장에 나간 무당파가 ‘그래도 어쩌겠나…’ 하며 옛 지지 정당에 얼마나 표를 던질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 가운데 121석이 걸린 수도권 승패는 무당파 유권자에게 달렸다. 민주당의 ‘개딸’이나 ‘묻지 마 국민의 힘’ 지지자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가 ‘야당에 표를 줘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쪽을 살짝 앞선다고 한다. ‘야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표현을 바꿔 물으면 예외 없이 지지율이 10% 이상 뚝 떨어진다고도 한다. 야당은 다음 총선에 지면 의석을 잃는다. 여당이 다음 총선에 패배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을 잃겠는가.
무당파는 중도파(中道派)가 아니다. 국가 정통성과 헌정(憲政)질서를 지키고 동북아의 미아(迷兒)가 될 뻔한 안보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싸움에서 물리적 중간(中間)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사에서 이 정권이 ‘MB 시즌 Ⅱ’라는 말을 듣는 걸 싫어한다. 시즌 Ⅱ가 원작(原作)보다 나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는 모습보다 귀(耳)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급소 살짝 곁을 맞았으면서도 급소를 맞은 듯 아파하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인사 라인의 단추 하나 둘쯤 바꿔 달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남긴 최대 해악(害惡)은 우리 편 잘못과 허물은 눈감고 넘어가자는 ‘우리편(便)제일주의(第一主義)’다. 그것이 온 나라를 똥바다로 만들었다. 결국 문재인을 망치고 민주당을 망치고 나라를 망쳤다. 대통령은 ‘우리편제일주의’를 권고하는 ‘우리 편’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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