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이섬 교민 500여명 “집도 일터도 잃어”
숙소 못 구해 공항·대피소서 노숙
“허리케인에 산불까지 겹치며 마우이섬에 재앙이 터졌습니다. 대규모 정전, 피난 행렬, 병원에 넘치는 화상 환자…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 이어져 너무 무섭습니다.”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에서 한인 민박을 운영 중인 한인 교포가 10일(현지 시각) 본지 통화에서 전한 현지 상황이다. 최소 55명이 사망한 대형 화재의 근원지인 마우이 라하이나 지역의 교민들과 이곳 근처를 여행하던 관광객들 모두 화재로 큰 피해를 보았다. 라하이나 근방은 통신과 전기가 모두 끊겨 교민과 관광객, 현지 총영사관 직원들은 화재 3일째인 이날까지도 서로 안전을 확인하느라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늦은 저녁인 8시쯤이 돼서야 끊겼던 연락이 닿았는데, 지금까지 파악된 한국 교민·관광객의 인명 피해는 없다.
갑자기 묵을 곳이 사라진 관광객 일부는 공포 속에 길에 나앉은 채로 밤을 지새웠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40대 교포 노경아씨 역시 8일 저녁 교통 통제로 숙소로 돌아가지 못했다. 24시간 운영하는 마트 주차장에 렌트한 차를 대놓고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남편, 두 자녀와 함께 가족 여행으로 마우이를 찾은 노씨는 “마트 주차장이 우리 같은 피난 차량으로 꽉 찼었다. 다행히 우리는 이튿날 숙박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숙소를 구했다”고 했다. 불길이 닿지 않은 마우이의 다른 지역 숙소들은 대피한 관광객으로 혼잡한 상황이다. 노씨는 “숙소를 구하지 못해 아직도 차나 임시 대피소, 공항 등에서 밤을 지새우는 관광객이 많다”라고 전했다.
급하게 몸만 피한 관광객들은 숙소에 보관하던 짐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짐을 찾기 위해 원래 예정됐던 출국 일정을 미루고 교통 통제가 풀리기만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수십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짐이 무사한지 확인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마우이에 거주하며 대부분 관광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던 500여 명의 한국 교민들은 화재 및 관광 산업 타격으로 큰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오전 라하이나에 구호 활동을 다녀온 김남용(63)씨는 본지 통화에서 “라하이나 지역에서 장사하던 한인들은 여덟 명 정도”라며 “몸은 무사하지만 어쩔 줄을 몰라 슬리퍼에 휴대전화만 챙겼고 귀중품은 전혀 못 갖고 나왔다고 한다”고 했다. 유선희(52) 마우이 한인회장은 “한인들은 라하이나 지역에 작은 기념품 가게, 금은방을 하거나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경제적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지 교민들은 서로 도와 가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고 한다. 마우이순복음교회 서정원(44) 목사는 “대피한 한인 관광객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게 140인분 샌드위치와 물을 준비했다”며 “이 밖에도 대피소에 있는 한인들에게 현지 교민들이 생필품과 식료품을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관광 가이드 김연주(38)씨는 “라하이나 지역에 있던 관광객들을 다른 숙소로 안내해 최대한 안전하게 옮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여권과 가방이 다 타서 경찰 도움을 받아 섬을 나가는 관광객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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