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16] 마약과 유혈낭자 사회
법무부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마약 중독 치료만 수십년을 한 정신과 전문의 천영훈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요즘 일요일도 없이 일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10여 년 전만 해도 중년의 남자가 모텔에서 혼자 투약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비해, 이제 파티룸 같은 걸 빌려 그룹으로 약을 하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약에 중독된 한 아이에게 꿈을 물으니 “어른들에게 사기를 많이 당해서 정직해지는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그의 뒷말은 참담했다. “정직한 딜러가 되어 양질의 마약을 공급하는 것”이 아이의 포부였기 때문이다. 의대에 다니던 학생의 아이큐를 지능장애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마약의 폐해를 다 열거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충격이 밀려왔다. 이 나라에 살면서 마약 딜러가 청소년의 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이것은 한 아이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패다.
유럽 여행 중 길을 완전히 잘못 들어 마약 거리를 지나간 적이 있다. 충격적인 건 경찰이 마약 투약 장면을 보고도 사람들을 체포하지 않는 것이었다. 경찰은 그저 대로변에서 투약을 경고하는 수준이었다. 마약이 너무 퍼져 경찰력으로 단속하기에 한계에 이른 것이었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한 지금, 강력한 대비가 없다면 우리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미래다.
대한민국은 늦은 밤에도 걸어서 편의점에 갈 수 있는 지구상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최근 유독 늘고 있는 범죄 관련 티비 예능 프로그램이 의미하는 건 뭘까. 강력 사건부터 사기까지 시민들이 범죄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칼부림 사건으로 전국이 시끄러운 요즘, 길을 걷다가도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버젓이 살인 예고 글이 판치고,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사회에서 시민은 행복할 수 없다. 선량한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도 정치권은 현정부와 지난 정부의 탓으로 책임 공방 중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지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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