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번호 추천해준다고? 차라리 기도를 하세요”
고물가· 경기침체 틈타
美복권 구매대행도 기승
일확천금의 꿈은 누구나 꾼다. 그러나 그 일이 벌어질 확률은 거의 ‘0′으로 수렴한다. 그런데도 복권을 산다. 행운이,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대를 가지고. 길어야 1주일치 헛된 희망을 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복권 판매량이 7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통상 복권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 많이 팔린다. 올해도 로또는 매주 1000억원 안팎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팍팍한 삶에 복권 한 장이 위로가 되는 이들에게 “로또 번호를 추천해주겠다” “더 큰 당첨금이 걸린 미국 복권을 대신 사주겠다”며 ‘달콤한 유혹’을 하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과거 일부 업체는 사기 혐의로 문을 닫기도 했지만 잊힐 때쯤 되니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도 경고한다. “처음엔 무료라고 꼬드겨요. 좀 넘어온 듯하면 가입비 명목으로 100만원 넘는 금액을 요구해요. 이후엔 달라는 대로 줘야죠. 10년 가까이 수천만원씩 내고 도박에 중독된 것처럼 하는 사람도 봤어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차라리 기도를 하세요. 그게 당첨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추천 번호로 사면 당첨? “사실상 불가능”
인터넷에 ‘로또 번호 추천’을 검색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나온다. 무료로 번호를 추천해 준다거나, “최근에 1등이 나왔다” “매주 2등 이상 당첨자 속출” 같은 자극적인 메시지가 눈에 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도 “프리미엄 프로그램으로 매주 ‘10조합’ 번호 드립니다”는 제안이 온다. 이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1등 후기도 여럿 올라와 있다. 한 1등 당첨자는 “빚도 갚고 집도 한 채 사고 드디어 소원을 이뤘어요. 사이트가 추천한 번호로 8년!!! 인내력이 답입니다. 꾸준히 사면 됩니다”라고 올렸다. 20억원이 넘는 당첨금 영수증까지 인증했다.
그러나 기재부나 전문가들은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추천한 번호로 1등, 2등, 3등에 당첨됐을 수는 있다. 1등을 많이 배출하는 가게에 몰리는 이유와 같다. 많이 사니까 많이 당첨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며 “그러나 그들의 주장처럼 과학적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작년엔 내부 고발자가 언론에 나와 “다 사기니까 믿지 말라”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영국에선 평범한 일반인이 매주 2회씩 빠지지 않고 복권을 구매할 경우 1등에 당첨되기까지 무려 800년 동안 ‘꽝’을 겪어야 한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복권을 한국에서 산다고?
올해 들어 미국 로또 복권의 1등 당첨금이 2조원을 넘으면서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메가 밀리언스’ ‘파워볼’ 등 미국 복권을 우리나라에서도 살 수 있을까? 구매 대행 업체들은 온라인 홈페이지, 무인 키오스크 등을 통해 “당신도 2조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전국 곳곳의 마트, 커피숍, 셀프빨래방 등에 퍼져 있다.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회원 가입을 한 뒤, 한국 로또처럼 숫자를 수동 또는 자동으로 정해 결제를 하면 된다. 이후 업체 관계자는 해당 숫자로 미국 현지에서 복권 실물을 사고, 복권 스캔본, 영수증 등을 구매자에게 전달한다. 1게임당 2달러이지만, 환율과 수수료 등을 합해 6000원가량이 든다. 1인당 100게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수년 전 우리 법원은 해외 복권의 중개 및 취득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미국도 사실상 다른 나라에서의 대행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구매대행 업체들은 “아직 대법원 판결이 안 났다”며 국내에 수백 대의 키오스크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당첨이 되면 현지에서 당첨금을 받아 전달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조원짜리 복권에 당첨됐을 때 업체가 ‘먹튀’를 해도 실제 구매자가 보호받을 길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무료로 키오스크를 설치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인터넷 글이 많다”며 “요즘엔 노인 인구가 많은 시골에 더 많이 생기고 있는데, 수수료 장사까지 해서 돈을 불리고 있는 셈이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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