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9분기째 적자… 자구안 이행 지지부진
2년여간 쌓인 적자 47조원 넘어
한국전력이 올 2분기(4~6월) 2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다. 적자 규모는 이전보다 줄었고, 3분기엔 흑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최근 2년여간 47조원 넘게 쌓인 적자를 해결하겠다면서 지난 5월 발표한 핵심 건물 매각 등 25조원 규모의 자구안 진도는 지지부진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 추진 속도를 높이고, 보다 강도 높은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11일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19조622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2조2724억원이다. 작년 4분기(10조8209억원), 올 1분기(6조1776억원)보다 적자 규모는 크게 줄었다. 천연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지난 1월(kWh 13.1원)과 5월(kWh당 8원) 전기 요금을 올리면서 그동안 팔면 팔수록 손해를 봤던 역(逆)마진 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2분기 발전사로부터 kWh당 133.4원에 전기를 구매해 기업·가정 등 전기 소비자에게 145.5원에 팔았다. 지난해는 kWh당 155.5원에 전기를 사와 120.51원에 밑지고 팔았다.
영업손실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2021년부터 쌓인 영업손실은 47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재무 정상화를 위해 지난 5월 25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와 여의도 남서울본부는 임대·매각 공고조차 내지 않았고, 4급 이하 직원의 임금 인상분 반납은 두 차례 노조와 협의했지만 노조 반발로 진전이 없다. 조직을 축소하고 사업소 간 기능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전은 “서울아트센터의 경우 사무실 재배치 공사가 마무리된 뒤 임대 공고 예정이고, 남서울본부 매각은 서울시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비판 여론에 떠밀려 자구안을 내놨지만 지난 석 달 동안 제대로 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좀 더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은 순전히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과 전기요금 인상 덕이지 한전이 어떠한 노력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구안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이날 2분기 미수금이 1조643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일종의 외상값인데 사실상 손실이다. 가스공사의 2분기 말 기준 미수금은 총 15조3562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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