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빼먹은 무량판 구조 아파트 5곳 숨겼다
李사장, 외부 제보로 누락 알게 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개 단지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하고도 이를 숨긴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이틀 전 LH가 무량판 구조 아파트이지만, 조사를 하지 않은 아파트가 10곳 더 있다는 것도 드러났었다. 이날 또 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아파트가 1곳 더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LH의 조사 결과는 세 번이나 뒤집히게 됐다. LH 부실은 ‘까도 까도 계속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를 계기로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2017년 이후 착공한 무량판 아파트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계속 뒤바뀌면서 LH 입주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어떻게 믿냐”는 내용의 비판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부실 조사와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거취도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 5개 단지 숨긴 LH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후 무량판 아파트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당시 결과는 ‘91개 단지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열흘 후 전수 조사 대상에서 아파트 10개 단지를 빠뜨린 사실이 밝혀졌다. 직원의 실수로 내부 시스템에 이 아파트 명단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이번엔 철근 누락 아파트 5곳을 숨기고, 조사 대상 아파트도 한 곳 빠뜨린 것이 또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당초 LH는 ‘91개 단지에서 15개 단지 철근 누락’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102개 단지에서 20개 단지 철근 누락’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추가로 철근 누락이 파악된 5개 단지는 준공이 끝난 화성남양뉴타운 B-10, 평택소사벌 A-7, 파주운정3 A-37과 현재 공사 중인 고양장항A-4, 익산평화 등이다. LH 측은 “철근이 누락된 기둥이 5개 미만이고, 즉시 보강이 완료돼 안전에 우려가 없어 발표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철근 누락 기둥이 5개이고, 보강 공사도 끝난 ‘수서 역세권’ 아파트는 첫 발표 명단에 포함됐었다.
이 사장은 철근 누락 단지가 5곳 더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고받지 못하고, 외부 제보로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사장은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주택담당 본부장을 해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의 조사 결과가 계속 바뀌면서 입주민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약 300개 민간 아파트 단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면 더 큰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실 공사 수사 후 구조조정”
LH의 잇따른 부실 조사에 대해 비판 여론이 커지자, LH는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한준 사장은 우선 본사 조직과 지역 본부 내근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그 조직을 현장으로 보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주거비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600여 명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공기업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사장은 “2009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한 뒤 조직의 지나친 비대화로 보고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며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서 2400여 명이 늘어난 것도 조직 비대화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LH 핵심 업무 중의 하나인 공공 주택 공급 관련 권한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부실이 발견된 무량판 관련 담당 직원들은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카르텔 조사, 감사원은 공익 감사 청구로 전면적 감사를 진행한다”며 “3개 외부 기관에서 조사된 결과를 토대로 인적·조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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