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납치 사과한 뒤 北·日 교섭은 파국 맞았다
유석재 기자 2023. 8. 12. 03:01
북일 교섭 30년
와다 하루키 지음 | 길윤형 옮김 | 서해문집 | 324쪽 | 2만2000원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학자로 알려진 저자는 도쿄대 명예교수이자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활동한 ‘일조(日朝)국교촉진국민협회’의 사무국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가 회고와 성찰을 위해 쓴 이 책은 북·일 국교 정상화를 위해 벌였던 지난날의 활동을 ‘패배’로 규정한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평양을 방문할 때만 해도 국교 정상화는 성공할 듯했지만,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를 사과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납치 문제가 의혹에서 사실로 바뀌자 한반도에 대한 일본인의 정서엔 기존의 ‘가해자’를 벗어난 ‘피해자’라는 의식이 생겼다. 이후 아베 정권은 ‘납치 문제의 해결 없이 국교 정상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일본이 식민 지배의 책임을 부정한 채 싸우고 징벌을 가하려는 방침이라고 본다. 핵무기로 무장한 이웃 나라와의 적대 관계라는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면 동아시아의 평화가 크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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