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 감염자 무섭게 늘어난다"···성병 전문의 모자라 '의료 붕괴' 우려하는 日
일본의 매독 감염 확산세가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성병 전문의까지 모자라 ‘의료 붕괴’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매주 발표하는 감염병 발생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감염 건수는 8349건이라고 닛칸겐다이가 10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385건보다 1964건(30.7%)이나 증가한 수치다.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단체) 중 올해 신규 매독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한 곳도 없었으며 수도 도쿄도에서는 가장 많은 2052건이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지난해 전체 감염 건수(1만2966건)를 4000건가량 웃도는 1만 7000건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3년 감염 건수가 1220건이었던 것에 비해 10년 만에 1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반면 매체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성병 전문의는 전국적으로 479명에 그친다며 매독 등 성병 관련 의료체계의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성감염학회 원로회원이자 성병 전문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오노에 야스히코 원장은 “매독의 신규 감염 급증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매독이 이제 대도시 유흥가 및 주변 지역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더 이상 특이한 질병이 아닌 상황이 됐다”며 “올해 신규 매독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 없다. 도쿄에서는 2052건이나 보고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매독 감염의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 시스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일본 최고 유흥가인 신주쿠 가부키초의 검사소에서 여성만 대상으로 검사하고 결과를 즉각 통보하는 ‘당일 검사’를 다음 달부터 매월 1회 공휴일에 실시한다. 이는 매독이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산부 감염은 유산이나 사산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태어나는 아기가 선천성 매독에 걸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지역 검사·상담실은 오는 13일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검사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빠른 감염 속도에 비해 치료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춘 노련한 전문 의료진이 일본 전국 도도부현에 채 500명도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성감염증학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성병 전문의는 479명으로 대부분 도쿄도, 오사카부 등 대도시 지역에 몰려 있다. 와카야마현, 고치현,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등 4곳은 성병 전문의가 단 1명뿐이고 이와테현, 돗토리현, 시마네현, 야마구치현은 2명에 불과하다. 인구가 약 84만6000명에 이르는 야마나시현에는 아예 단 한 명도 없다.
게다가 매독 환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쿄는 전문의도 89명으로 많은 듯 보이지만 올해 신규 감염자만 따져도 의사 1명당 환자 수는 23명에 달해 녹록잖은 수준이다.
오노에 원장은 “매독뿐만 아니라 다른 성병도 늘어나고 있다”며 “성병에 걸려 진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의료 붕괴’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랜 경력의 성병 전문의들이 고령화로 인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도 의료진 부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도쿄도의 유흥가에서 오랫동안 성병을 치료해 온 한 고령 의사는 올 가을에 폐업하고 은퇴할 예정이다. 이 병원은 지역 성병 치료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많은 환자들이 찾아 왔다.
이 병원을 이용해온 환자는 “성병 진단과 치료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내 생업까지 잘 이해해주는 좋은 의사였다”며 “이분이 은퇴하면서 새로운 병원을 소개해 주었지만 지금과 같이 원활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매체에 전했다.
오노에 원장은 “급증하는 성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체제는 쉽게 갖춰지지 않는다”며 “결국 예방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매독의 조기 발견을 위해 일본성감염학회가 약사·보건교사·간호사 등 성병 전문지식을 습득한 회원에게 부여하는 ‘성병인증의’마저 이달 3일 현재 일본 전체를 통틀어 47명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들만으로는 급증하는 매독의 위험을 알리고 예방하기 어렵다고 현지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관련해 오노에 원장은 “사적인 영역의 질병인 만큼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료 관계자도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인터넷 등에서는 (이런 시도가) 음란물 취급을 받기 때문에 그 실상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매독 등 급증하는 성병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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