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가 검진의 악순환…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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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현대인들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이라 믿고 산다.
TV를 켜면 나오는 수많은 건강 프로그램에선 소화가 안 되면 위암을, 편두통이 오면 뇌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공포심을 조장한다.
그 결과 급하지 않은 검사를 굳이 매년 하도록 하고,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아닌 질병의 씨앗을 발견해 수검자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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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내과 의사인 저자는 한국이 ‘검사(檢査) 천국’이 된 이유를 병원의 수익 창출 시스템에서 찾는다. 사립 병원들은 낮은 진찰료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고가의 검사를 무분별하게 실시한다.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고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아서다. 의사는 ‘3분 진료’에 내몰리고, 환자는 이 검사 저 검사 다 받았건만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서게 된다. ‘검사 결과를 제대로 보기나 한 걸까’ 하는 의심과 공포가 환자 마음속에 피어나고, 다른 대형 병원에서 똑같은 검사를 다시 하는 ‘의료 쇼핑’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한국의 의료인력 인건비 대 검사비의 보상 수준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한다. 그 결과 급하지 않은 검사를 굳이 매년 하도록 하고,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아닌 질병의 씨앗을 발견해 수검자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환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진료의 질을 올리기보다는 고가의 검사 장비를 구입하고, 장비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검사를 권하는 악순환의 굴레다.
망가진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료 수가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 재원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분배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공적 담론의 장을 만드는 건 정부 책임이라는 것. 또 고혈압마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환자 쏠림 현상도 사라져야 한다. 1차 병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려면 한 환자를 한 번에 15분 이상 진찰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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