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면 지옥 훈련도 견딜만”… ‘항저우 레슬링 동반金’ 정조준
35세 동갑… 김, 학교 먼저 입학한 류에 “형”
‘런던 올림픽 우승’ 김, 2번째 AG 정상 도전
‘올림픽 불운’ 류, 한국 최초 AG 3연패 노려
10일 강원 평창군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김현우는 “두 달 동안 거의 누워 지내다시피 했는데 한수 형한테서 매일같이 전화가 왔다. ‘빨리 복귀하라’는 형 때문에 빨리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옆에 앉아 있던 류한수는 “죽을 것 같은 훈련도 현우가 함께 있으면 덜 힘들다”고 말했다.
그레코로만형 77kg급 국가대표인 김현우와 67kg급 국가대표 류한수는 1988년생 동갑내기다. 그러나 2월에 태어나 학교를 1년 먼저 다닌 류한수를 김현우(11월생)가 ‘형’이라고 부른다. 정작 류한수는 “현우는 내게 친구이자 스승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서로 보고 배우며 밀어주고 끌어준 덕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현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그레코로만형 66kg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레슬링의 올림픽 금메달은 김현우가 마지막이다. 당시 김현우의 훈련 파트너가 류한수였다. 두 선수는 삼성생명에 함께 몸담고 있다.
김현우가 런던 올림픽 이후 74kg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두 선수는 201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두 체급 우승 경험이 있던 김현우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 레슬링 역대 세 번째 ‘그랜드 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했다.
김현우는 “주변에선 ‘더 이상 이룰 게 뭐가 있냐’며 은퇴를 권하기도 했지만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패배엔 익숙해지지 않는다. 1분 1초가 금이라는 생각과 도전자의 자세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체급 기준이 바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류한수만 웃었다. 류한수는 67kg급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김현우는 77kg급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류한수가 다음 달 개막하는 항저우 대회에서도 우승하면 한국 레슬링 최초로 아시안게임 3연패에 성공한다.
류한수는 “아직 아무도 못 해본 기록이어서 도전의식을 느낀다. 내 안의 독한 모습을 일깨우기 위해 갈고닦고 있다”며 “최근 선수들이 스탠드 기술을 잘 안 쓰고 버티다 파테르에서 승부를 보려는 방어적인 움직임이 있는데 실력으로 상대를 깨부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면서 두 선수는 신혼 생활도 포기한 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두 선수는 ‘항저우에서 함께 금메달을 딴 뒤 새신랑이 되자’고 약속한 뒤 김현우는 지난해 10월, 류한수는 11월에 결혼 날짜를 잡았다. 결혼식은 예정대로 올렸지만 금메달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다.
제주 한라산에서 아내에게 프러포즈한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류한수는 “결혼한 뒤로도 대회다, 훈련이다 해서 늘 집 밖에 나와 있다 보니 아내와 함께한 시간이 한 달도 안 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아내 목에 걸어주며 ‘당신 덕분에 땄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도 “결혼을 하니 마음이 안정되고 아내가 큰 힘이 된다. 가장의 책임감으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물론 당장은 아시안게임이 더 중요하다. 김현우는 “항상 그랬듯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수 형과 함께 반드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선수는 마지막이 될 아시안게임 도전에 나선다.
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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