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산행 10년… “축 처졌던 몸, 이제 가뿐”[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0여 년 전 유방암 2기 치료 후 완치… 항암제 부작용으로 몸에서 힘 빠져
체력 회복 위해 주말 산행 시작… 6개월 만 체력 회복, 그 후로도 지속
“중년 건강 관리로 산행 아주 좋아”… 효과 보려면 상체 펴고 걸어야
이 처방을, 조 교수 자신도 이행한다. 그는 10여 년째 주말 이틀 동안 집 근처 산에 오른다. 하산한 후에는 가끔 남편과 도심을 걷는다. 주중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뜀틀을 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한 편이었다. 그 후로 발레, 수영,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그나마 체력이 좋아졌다. 다만 걷기나 산행과 같은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랬던 그가 10여 년 전,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걸까.
● 항암제 부작용 이기려 등산 시작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대수명(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다. 3명 중 1명 이상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환자를 고치는 의사라고 암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10여 년 전, 조 교수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조 교수의 경우 업무나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를 잇달아 받았다. 결과는 좋았다. 조 교수는 재발이나 전이 없이 완치할 수 있었다.
다만 항암제 부작용이 생겼다. 암만 골라 죽이는 표적 치료제를 쓰려 했지만 조 교수와는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전통 항암제를 써야 했다. 이런 항암제는 광범위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건강한 조직도 다칠 수 있다. 그 때문이었을까. 암은 잡았지만, 몸에서 힘이 빠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항암제 후유증이다.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조 교수는 할머니보다 자신이 더 느리게 걷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친구와 산행할 때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헉헉댔다. 몸이 힘들어지니 운동을 덜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근육이 빠져 몸은 더 힘들어졌다.
대책이 필요했다. 조 교수는 근육량도 늘리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봤다. 그때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안산(鞍山)’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높이 295.9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등산로가 여러 갈래로 나 있어 오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조 교수는 안산에 오르기로 했다.
●“산행, 중년 건강 관리에 좋아”
업무량이 많은 평일 주중에는 등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주말마다 안산에 올랐다. 산에서 2시간 정도 걸었다. 처음엔 다소 힘이 들었다. 하지만 체력을 회복하려면 꼭 필요한 운동이었다. 이를 악물고 걸었다. 주말에 열리는 학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주말 이틀에는 반드시 산에 올랐다.
점차 익숙해졌다. 걷는 속도도 빨라지고 체력도 점차 좋아졌다. 6개월 정도가 지나자 예전의 체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렇게 1년 동안은 주말 이틀 산행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걸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원하는 목표를 이뤘지만 조 교수는 산행을 이어나갔다. 직접 산에 오르다 보니 중년 이후의 건강 관리로 주말 산행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항암 부작용을 없애려 시작한 운동이 중년 건강 관리 수단으로 바뀐 셈. 조 교수는 요즘에도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2시간 남짓 산에 오른다. 속도는 5.8∼6km 정도로, 다소 빠른 편이다. 때로는 산행을 마친 후에도 남편과 함께 도심으로 1시간 정도 산책을 겸해 걷는다.
산행은 주로 안산에서 한다. 다른 산에 갈 때도 있지만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이 섞여 있는 안산 산행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코스에 따라 걷는 법도 다르다. 가령 경사가 가파른 흙길에서는 런지 자세를 취하며 성큼성큼, 빠르게 걷는다. 이런 자세는 하체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돌길에서는 판판한 돌덩어리를 골라 밟아가며 걷는데, 평형감을 키우는 데 좋다. 조 교수는 “최근 등산로에 계단을 까는 산이 많아졌다.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상체 세우고 탄력 주며 걸어야”
중년 이후에는 운동 부족도 문제지만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몸이 상할 수 있기 때문. 조 교수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산행 원칙을 세웠다.
첫째, 산행은 2시간 내외로 끝낸다. 운동 시간을 더 늘리면 체력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현재의 건강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운동의 목적이라면 지나치게 길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둘째,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조 교수는 “오늘 산에 오르지 않으면 다음 일주일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행을 시작한 초기 6개월 동안에는 비나 눈이 내려도 산에 올랐다.
셋째, 바른 자세로 산에 오른다. 우선 상체를 꼿꼿이 세운다. 걸을 때 상체를 숙여서는 안 된다. 뒤쪽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는 땅바닥을 발로 차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또 스프링처럼 몸을 위아래로 탄력을 주면서 걸어야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조 교수는 “올바른 자세로 걷거나 산에 오르면 피로감도 덜하고 몸에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다”고 말했다.
넷째, 유산소 운동은 원칙적으로 주 5회, 매번 1시간씩은 해야 효과가 크다. 다만 주말 이틀 동안 몰아서 해도 의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매주 5시간 운동 원칙은 지키려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조 교수는 주말 이틀 동안 등산 4시간, 걷기 1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가벼운 워킹화를 신는다. 맨발 산행은 어떨까. 조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평발로 변하기 때문에 충격이 덜 흡수되고, 다치기도 쉽다. 깨끗하고 푹신한 길이 아니면 맨발 산행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그래도 맨발 산행을 하고 싶다면 파상풍 예방접종을 3차까지 마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주 3회 근력 운동도 꾸준히
치료를 겸해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이 근력 운동도 어느덧 7∼8년 이어가고 있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하며 되도록 매주 3회를 채우려고 한다.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동작도 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동작도 여럿 있단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동작 세 가지를 조 교수가 추천했다.
첫째, 천장을 보고 눕는다. 이 상태에서 배꼽에 힘을 주면서 배를 바닥 쪽으로 끌어당긴다. 동시에 등에도 힘을 주면서 등이 바닥에 닿도록 한다. 배 근육과 등 근육을 동시에 강화하는 이 동작은 척추 환자들이나 노인들의 근력 강화에도 좋다. 10회씩 3세트를 이어 한다.
둘째, 누운 상태에서 배를 들어 올리는 브리지 자세도 좋다. 손으로는 바닥을 민다. 이 또한 10회씩 3세트를 한다. 브리지 동작이 끝나면 그 자세 그대로 한쪽 발을 들어 올린다. 마찬가지로 10회씩 3세트. 이 동작이 끝나면 같은 요령으로 다른 쪽 발을 10회씩 3세트 들어 올린다.
셋째, 서서 하는 동작이다. 우선 앞무릎은 굽히고 뒷무릎을 펴는 런지 자세를 취한다. 공을 가볍게 쥐고 앞으로 팔을 곧게 뻗는다. 이어 좌우로 10회 회전한다. 그 다음에는 발을 바꿔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3세트를 하면 된다. 팔과 다리, 허리 모두의 근육을 강화하는 전신 운동이다.
조 교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허리디스크 환자뿐 아니라 중년 이후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매주 2회 정도면 괜찮지만, 효과를 더 보려면 3회를 채울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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