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누락 알고도 발표때 5곳은 뺐다
20곳 확인했지만 15곳으로 발표
5곳 중 1곳은 ‘전관 업체’가 설계
LH 사장 등 임원 전원 사의표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 주차장을 무량판 구조로 지은 아파트 단지 중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가 당초 발표한 15곳이 아니라 2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이 사실을 알고도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임의로 판단해 5개 단지의 철근 누락 사실을 숨긴 게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이들 단지 중 1곳의 설계 업체는 LH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전관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11일 LH서울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무량판 구조로 지은 단지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5개 단지에서의 철근 누락 사실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당시 LH가 “경미한 사실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달 9일 10개 단지가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된 지 이틀 만에 철근 누락 단지가 추가로 나오면서 LH의 기강 문란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이날 LH의 전수조사 대상에서 1개 단지가 더 빠졌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수조사를 실시한 단지 91곳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진 단지가 이달 9일 10개, 이날 1개 등 총 11개로 나타났다. 이로써 실제 철근 누락 문제가 있는 LH 단지는 총 102곳 중 최소 20곳이 됐다.
이 사장을 포함한 LH 임원 전원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장은 “저의 거취는 인사권자 뜻에 따르겠다”며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에 수사와 조사를 의뢰했고 LH 조직 축소와 기능 분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 15곳 아닌 20곳… LH직원, 보고도 않고 ‘발표 자료’서 5곳 빼
‘누락 경미’ 임의로 판단한뒤 제외
당시 “경미한 것도 공개” 발언과 달라
전수조사 미포함 1곳 추가돼 11곳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개 단지의 철근 누락을 숨긴 사실이 드러난 데다 철근 누락 여부 전수 조사 대상에서 단지 1곳이 추가로 빠진 사실이 나타나자 나오는 반응이다.
이번에 철근 누락이 추가로 발견된 곳은 경기 화성 남양뉴타운 B10블록과 평택 소사벌 A7블록, 파주운정3지구 A37블록, 고양장항 A4블록, 익산평화단지다. LH 관계자는 “5개 단지는 자체 보강 작업을 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철근 누락 사실을 은폐했다는 데에 LH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한준 LH 사장이 이들 5개 단지의 철근 추가 누락 사실을 안 것은 10일. LH 담당 직원들이 (철근 누락 기둥이 3, 4개여서) 경미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본인들이 (5곳에 대한) 사장의 대외적인 자료에서 뺐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이마저도 정식 보고가 아니라 외부인의 제보를 받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량판 구조 건물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되면 하중을 지탱하기 어려워 붕괴 위험이 커진다. 이 사장은 “기둥 3, 4개가 아니라 기둥 1개에만 문제가 있어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담당한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경미하다고 뺐다는 것에 대해 안일하고 어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사 부실 지적도 커지고 있다. LH는 올해 4월 말 자사에서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단지의 지하 주차장이 붕괴하자 검단처럼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다른 공공주택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이 91곳이며 이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달 8일 LH는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설계정보시스템에 등록이 안 돼 조사 대상에서 처음부터 빠진 단지가 10곳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고, 이날 1곳이 추가로 더 나왔다. 총 11곳이 조사 대상에서 빠졌는데도 전수 조사라고 한 것. 전수 조사의 기본인 조사 대상 파악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LH는 보고를 하지 않은 주택담당 본부장을 해임했고, 철근 누락이 공개된 5개 단지 근무자들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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