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12%·15%로 올리는 시나리오 제시키로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 중인 전문가 위원회가 구체적인 연금 개혁안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복수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정부가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11일 제20차 회의를 열어 이런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30일쯤 공청회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따져 개혁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올해는 5차 재정재계산이다. 출산율·고령화·경제성장률·기금운용수익률 등을 따져 개혁안을 제시한다. 위원회는 민간전문가 12명, 복지부·기재부 담당 국장이 참석하며 위원장은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다.
위원회 관계자는 “연금보험료(현재 소득의 9%)를 12%, 15% 등 3개로 올리는 것을 가정하고 여기에 추가 수단을 얹을 경우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 지급개시연령(올해 63세, 2033년 65세)을 67세로 늦추는 방안, 기금운용수익률(평균 4.5%)을 1%포인트 높이는 방안 등을 조합하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보다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걸 선호하는 청년층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기금운용수익률을 1%P 올리면 기금 고갈을 5년 늦출 수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 위원회가 구체적인 안을 냈지만, 정부가 수용하지 않아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 면이 있다”며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제시해 되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개혁안을 논의한 재정계산위원회는 11일 회의에서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지 않기로 확정했다.
개혁안에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생애소득대비 연금액의 비율) 상향 안도 반영할 전망이다. 소득대체율이 31%(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로 낮기 때문이다. 또 기초연금 개혁 방향이 어느 정도 담긴다. 대상자(노인의 소득 하위 70%)를 줄이되 빈곤 노인에게 차등적으로 더 많이 지급하는 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중도에 인출하기 어렵게 하고 연금 형태로 받게 만드는 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오는 30일쯤 열리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중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참고로 개혁안을 만들어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의 개혁안도 보험료 인상 목표치 같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논란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지난 3월 기금의 소진 시점이 2057년(4차 재정계산)에서 2055년으로 2년 당겨진다는 추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되 70년 후인 2093년까지 기금이 유지된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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