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경기 완만한 개선” 한경연 “올 성장률 1.3% 그칠 것”
민·관 엇갈린 경제 전망
민·관의 ‘경기 저점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은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진단을 내린 반면, 민간 연구기관에선 연내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물가 상승세가 지속해 둔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등 수출 물량 회복, 경제 심리와 고용 개선 흐름 지속 등으로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줄곧 “경기 둔화 우려” 판단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2월부터 “경기 흐름 둔화”로 선회했다. 이후 7월까지 6개월째 경기 둔화 판단을 이어 왔다. 그리고 드디어 8월엔 경기가 하강한다는 취지의 ‘하방’ 표현을 두 달 만에 뺐다. 다음 단계인 ‘경기 회복’ 진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계절 요인으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완만한 개선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민간의 전망은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0일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내수·수출의 동반 부진에 기인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1.4%)나 KDI(1.5%)보다 비관적인 성장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민·관의 경기 진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수출과 내수 부문에 대한 진단이 확연하게 달라서다. KDI는 총수출 증가율을 기존과 같은 1.4%로 전망한 반면, 한경연은 수출 부문 성장률을 0.1%에 그칠 것으로 봤다. KDI는 제조업의 성장세가 확대되고, 반도체 회복세로 상품 수출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를 164억 달러에서 313억 달러로 크게 높였다. 반면 한경연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미국 등 주요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수출 성장이 저조할 것으로 봤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 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내수 진단도 엇갈렸다. KDI는 민간소비는 당초 예상보다 증가세가 둔화하지만, 건설투자 부진 등은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민간소비 부문 성장률은 2.5%로 기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췄지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1.3%로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높였다. 반면 한경연은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2.1% 성장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고, 건설투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축 부문의 공사 차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못하며 -0.7%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마이너스(-) 투자를 지속해온 설비투자도 내수침체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라 반도체 등 IT부문 외 투자가 모두 급감하면서 -2.3%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관의 이러한 상이한 경제 진단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는 경제주체 심리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며 “사실상 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 실적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의 달성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상치에 부합하는 경기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 정책을 모색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환율이나 금리 정책 등을 통해 수출 진작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예상을 하회하는 수출 부진 가능성에 대한 심층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GDP 대비 가계와 기업 부채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부채가 낮은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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