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체 임원 사직서 받아 4명 면직, 철근 누락 문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철근 누락’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5개 단지를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제외한 사실이 11일 밝혀졌다. ‘철근 누락’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단지수를 축소 발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철흥 부사장, 하승호 국민주거본부장, 신경철 국토도시개발본부장, 오영오 공정경영혁신본부장 등 임원 4명을 14일자로 의원면직 처리했다. 이 사장은 이들 이외에도 상임이사 이상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제출받고, 쇄신 인사를 통해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등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통령실은 강도 높은 혁신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언론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LH사장에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앞서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단지 가운데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이 누락된 곳이 기존에 발표한 15개를 포함해 총 20개 단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LH는 지난달 31일 “91개 LH 발주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장은 “누락된 철근이 5개 미만이고, 즉시 보강이 완료돼 안전에 우려가 없다는 담당자들의 자체 판단으로 (사장에게) 보고조차 안 했다”며 “참담하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고개 숙였다. 추가로 확인된 5개 단지는 ▶화성남양뉴타운 B10블럭 ▶평택소사벌 A7블럭 ▶파주운정3 A37블럭 ▶고양장항 A4블럭 ▶익산평화 등으로 지난달 20~21일 보강 공사가 완료됐다.
이 사장은 “LH가 통합 이후 14년이 흘렀지만, 조직의 지나친 비대화로 보고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면서 “통합 전 주택공사, 토지공사 출신별, 각 직렬, 직종별 칸막이로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문화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조견적단을 예로 들며 “통합 후에 자리 나눠 먹기를 해 건축직이 아닌 건축도면을 볼 수 없는 토목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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