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서 빛나는 놀라운 만남과 탐사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
타인의사유
지구 생명체를 먹여 살리는 근원은 태양이다. 육지에서는 식물이 태양빛을 받아 에너지원을 광합성 한다. 그렇게 태양에서 유래한 에너지는 먹이사슬을 따라 최종소비자까지 닿는다. 바다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육지 식물의 역할을 한다. 에너지 흐름은 육지와 다르지 않다. 다만 바다는 육지와 달리 태양으로부터 숨을 곳이 있다. 깊은 바닷속에는 햇빛이 닿지 않는다. 수심 200m부터 급격히 어두워지고, 1000m 아래는 칠흑 같은 암흑의 세계다.
어린 시절 해양생물학자를 꿈꿨던 저자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 입학에 앞서 잠시 일할 자리를 찾았다. 대학원 유급조교 자리를 제안받았는데, 그 실험실에서 발광 해양생물(와편모충)을 연구 중이었다. 저자는 그렇게 생물발광을 처음 접했다. 그 순간을 저자는 “기묘하면서도 경이로웠다”고 말한다. 생물발광은 저자의 평생 연구 주제가 됐다. 이 책은 저자가 편집자의 충고에 따라 개인사를 많이 녹여 넣은 연구 연대기다.
저자의 첫 심해 탐사는 1984년이다. 암흑의 세계일 줄 알았던 그곳에서 ‘눈부신 발광 유성우’를 발견한다. 저자가 본 게 생물발광이다. 왜 바닷속 생물은 스스로 빛을 내게 됐을까. 그곳까지는 태양 빛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동물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 어떤 동물은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만든 빛을 활용한다. 빛을 감지하려면 ‘눈’이라는 신체기관이 필요하다. 저자는 허리 수술이 잘못돼 잠시 실명을 경험했다. 그 경험도 눈과 생물발광을 연결해 연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저자는 잠수정을 타고 심해를 탐사한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도 경험하지만, 탐사에서 빛나는 성과를 얻었다. 대표적인 게 1997년 발광빨판문어를 발견한 것과 2012년 자연 서식지에 있던 대왕오징어를 세계 최초로 비디오로 촬영한 것이다. 특히 대왕오징어 촬영 때 미끼로 쓴 전자 해파리는 저자가 발명했다. 저자는 심해를 탐사하면서 더욱더 지구가 처한 환경 위기를 절감하게 됐다.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저자가 책을 마치며 던지는 과제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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