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900개 새로 더한 괴테 고전
신준봉 2023. 8. 12. 00:2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외 옮김
이수은 편집
민음사
고(故) 박찬기 교수의 2004년 완역본에 이수은 작가가 900개의 주석을 붙였다. 이씨는 20쪽이 넘는 분량의 편집자 서문에 ‘이탈리아를 체험하는 멋진 경로 하나, 괴테’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이 서문 자체가 불멸의 고전을 보다 생기 있게 하기 위해 이 시대 편집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어떤 책인지, 이 책이 괴테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방대한 주석 작업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물론 어떻게 이 책이 고전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도 알게 해준다. 대문호(大文豪)의 눈에 포착된 18세기 후반의 이탈리아, 당대의 사물세계와 인간 군상이 풍성하게 들어 있을 뿐 아니라 괴테의 인간적 매력도 충분히 드러낸 책이라는 것이다.
가령 책 앞부분, 이탈리아 땅 트렌트로 드디어 들어선 1786년 9월 11일 일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책에서도 그림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감각적 인상이 중요한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다시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관찰력을 시험하는 일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유럽 독서계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지만 여전히 앞날을 불안해했던 20대 후반 괴테의 내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924쪽.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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