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대파 버거, 해남 녹차 빼빼로…‘로코노미’ 상품 불티나
유통가 지역 특산물 활용 바람
성인 82% “로코노미 식품 사봤다”
커피브랜드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여름부터 제주 레몬, 장수 오미자, 청도 홍시, 고흥 유자 등 전국 팔도 지역 대표 특산물을 스무디, 쉐이크, 에이드 등으로 개발해 누적 판매 1000만 개를 달성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급속화한 도시화로 농업 인력 구인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지역 특산물 활용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왔다”며 “기업과 지역 간 상생으로 문화 콘텐트, 관광 수요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가맹점 만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local)의 특색이 담긴 특산품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로코노미(loconomy)’ 마케팅이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3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0명 중 81.6%가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가 지역 특산물을 대표메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지역과의 상생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음료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가 음식의 맛, 품질만큼 음식에 담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소비 세대’라는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로코노미 식품에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점이 이색적(49.6%)이고, 특별한 경험이자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점(39.2%)에서 로코노미 상품을 찾는다고 답했다.
특히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특성상 지역 특산물과의 접점을 마련하고,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 패스트푸드 등 매장이 전국적으로 분포된 브랜드는 지역별 특산물을 확보, 제품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적은 편”이라며 “국산, 유기농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전했다.
남해 마늘 치킨, 옥천 단호박 라떼도
유통업계의 변화는 좀 더 안정적인 판로를 찾으려는 농촌에도 큰 활력을 안겨 주고 있다. 맥도날드의 대파 버거와 편의점 CU의 대파를 활용한 간편식으로 주목받은 진도 대파는 재료 특성상 주재료보다 부재료 이미지가 강해 전국 대파의 40%가 생산되는 주산지임에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김주은 진도군 농수산유통사업단 주무관은 “진도 대파를 홍보하려 대파 축제도 개최하고, TV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해 봤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머물렀을 뿐 농산물 대량 수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폐기되는 대파가 많아 시름이 깊었던 농민들이 두 기업과의 협업으로 활력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1일 지역 홍보 및 경제 활성화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진도군수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2016년부터 제주 지역에서 지역 특화 메뉴를 판매해왔던 스타벅스는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수단으로 로코노미 음료를 활용했다. 지난해 8월 제주 한라봉과 문경 오미자를 활용한 한라문경스위트티를 시작으로 12월에는 리얼 공주 밤 라떼를, 지난 7월에는 옥천 단호박 라떼까지 3종의 음료를 개발해 전국 150개 소상공인 카페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개발한 음료 레시피를 선보인 지역 카페는 전년 동기 매출이 평균 15% 성장하는 등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상생의 의미를 담은 특산품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동반 상생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코노미 제품의 흥행을 지켜보는 유통업계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발품을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제주 감귤이나 보성 녹차 등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농산물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소비자와 지역 농가,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못난이 농산물 반값에 팝니다” 대형마트·편의점도 농가와 상생
롯데마트는 지난 7월 집중호우 여파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오이를 매입해 정상 상품의 반값에 판매하는 ‘B+급’ 오이 반값행사를 기획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구부러진 오이도 맛과 영양 측면에서는 일반 상품과 차이가 없다”며 “농가와 상생하면서도 소비자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다양한 상생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올 상반기 상생 농산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CU는 지난 5월 못난이 채소·과일을 모아 판매하는 ‘싱싱상생’ 브랜드를 런칭해 못난이 농산물 판매를 돕고 있다. 2주 간격으로 농산물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유사 상품 대비 30~40% 할인된 가격에 파프리카, 깐마늘, 감자, 오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윤승환 BGF리테일 MD는 “고객에게 우리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농가 역시 수익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농산물 폐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농가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켓컬리는 지난 6월 당근, 오이, 애호박 등 12가지 못난이 채소류를 모아 판매하는 ‘제각각’ 브랜드를 런칭한 바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니즈와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도모하려는 기업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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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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