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동결자금 해제, 한·이란 경협 훈풍 기대

이유정 2023. 8.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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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양국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 약 60억 달러(약 8조원)를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이란 관영 IRNA·메르통신 등이 10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양국 정부도 성명을 통해 이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 강화된 이란 제재로 한국 시중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의 동결도 곧 해제될 전망이다. 한국과 이란 양자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던 동결자금 문제가 4년 3개월만에 해결되면 양국 외교 관계는 물론 경제 협력도 활기를 되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수도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미국 시민 다섯 명을 가택 연금으로 전환한 뒤 임시 거처로 옮겼다. 대상자는 간첩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시아마크 나마지를 비롯해 사업가 에마드 샤르키, 환경운동가 무라드 타바즈 등 이란계 미국인 세 명과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이다. 다만 미국은 ‘수감자 석방’에, 이란은 ‘동결 자금 해제’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란으로부터 미국인 다섯 명을 석방하고 이들을 가택 연금했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미국 시민들은 애당초 구금돼선 안 됐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이 수년간 한국에서 불법 압류한 이란 자산을 빼내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앞서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2019년 5월부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된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과 이란의 외교관계가 악화되고 양국 교역과 에너지 협력 등에도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미국·이란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 등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산유국인 이란산 원유 수입에 숨통이 트이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과 수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세계 석유 매장량 4위 국가다. 한국은 그동안 시중은행에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수조원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는 이란과 “제재를 준수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동시에 받아 왔다.

변수는 내년 미 대선이다. 이란은 핵합의를 파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당선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권 교체에 따른 리스크를 미 정부가 보장하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NYT는 “협상이 장기화될수록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새 합의를 끌어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공화당은 이번 합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 포로 몸값으로 60억 달러를 지불한 것”이라며 “이는 이란 지도자들이 더 많은 인질을 잡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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