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엉망진창일 때 만난 선물 'D.P.' [TF인터뷰]

김샛별 2023. 8.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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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려온 10년, 'D.P.'로 맞 변곡점

배우 정해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누군가는 어두운 작품을 오래 했기에 힘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달랐다. 오히려 선물처럼 찾아온 '숨통'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단단한 힘이 됐고, 덕분에 다시 나아갈 힘도 얻었다. 'D.P.'를 만난 배우 정해인의 이야기다.

정해인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각본 김보통, 연출 한준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D.P.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요원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은 시리즈다. 정해인은 일병 안준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D.P.' 시리즈는 당초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은 아니었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 중 시즌2 제작이 확정됐고, 공개까지 2년이 걸렸다. 정해인은 시즌2를 마친 소감에 대해 "시즌1 끝나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즌2를 하게 돼 너무 행복했다. 시즌2 현장 역시 변함없었다. 극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화목하고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고 힘이 돼줬다"고 밝히며 'D.P.'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을 새로운 시즌으로 한 번 더 한다는 반가움도 있었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당연했을 터다. 때문에 정해인의 가장 큰 고민은 '흥행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시즌1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 않나. 시즌2 촬영하면서 부담을 안 느낄 수 없었다. 다만 그 부담감이 연기에 방해가 된다는 걸 계속해서 인지하려고 했다. 감독님이나 스태프, 배우들 모두 똑같다. 부담감이 생기면 힘이 들어가고 연출이나 연기가 과잉될 수 있다. 때문에 모두가 '처음 하는 작품처럼 하자'고 되뇌며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시즌2 첫 촬영날이 기억나요. 준호가 시즌1에서 겪었던 사건들,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며 느꼈던 감정, 여기에 조석봉의 비극적인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서사까지. 끔찍한 기억이고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어린 친구가 일련의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죠. 이 감정과 생각을 갖고 첫 촬영에 들어갔어요."

배우 정해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D.P.' 시즌2는 김누리(문상훈 분)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시즌1과 또 다른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준호열(안준호+한호열) 콤비'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정해인은 "그만큼 준호와 호열이의 버디 무비를 좋아해 줬다는 방증이지 않나. 나 또한 많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쉬웠다. 하지만 앞서 너무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투닥투닥 '케미'를 보여주기에는 상황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내 그는 "준호열의 '케미'가 그립다면, 시즌1 1화부터 다시 보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틈새 홍보를 놓치지 않아 웃음을 안겼다.

"(구)교환 형은 연기할 때 상대방의 공기를 금방 읽는 사람이에요. 덕분에 항상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게 느껴졌죠. 정말 배울 점이 많은 형이에요. 연기력과 태도 모두 좋지만, 특히 '유머'라는 큰 무기를 갖고 있어요. 현장에서 모두가 힘들 때 공기를 바꾸는 힘이에요. 본받고 싶은 재능 중 하나입니다."

아쉬움이 남았을 팬들을 위해 두 사람만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해인은 "이태원 에피소드에서 브로커를 잡을 때 준호가 '왜 항상 마지막에 나타나서 멋있는 것만 하십니까'라는 대사를 하는데 애드리브였다. 당시 실제로 내가 느꼈던 투정을 부렸던 것"이라고 밝혀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는 "실제로 그렇지 않나. 매번 몸으로 뛰거나 고생은 내가 다 한다. 스케줄표 보면 안준호로 가득 채워져 있다가 끝에 한호열이 있다. 너무 얄밉더라. 기차 액션 장면도 마찬가지다. 다 싸웠는데 마지막에 등장한다. 문제는 형이 또 내 애드리브를 재치 있게 살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게 그렇게 그렇게 부럽디'라고 화답하더라"고 말했다.

배우 정해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훈훈한 일화가 있는 장면이지만, 사실 기차 액션은 호불호가 나뉘는 에피소드였다. 기차 안에서 14대1로 싸우는 것이 다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평이었다. 이에 정해인은 "말도 안 되는 판타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시즌1부터 쌓아온 안준호의 서사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일어날 법한 장면"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달리는 기차 안이다 보니 준호로서는 도망칠 곳이 없었어요.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부딪쳐야 했기 때문에 처절하게 싸운 거죠.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장면 자체는 액션신이지만 실상은 감정신이라고 했어요. 화려한 액션보다는 안준호라는 인물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준호의 감정이 화면에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어요."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정해인은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특히 'D.P.1' '설강화' '커넥트' 다시 'D.P.2'까지, 근래에는 다소 어두운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극 중 캐릭터 특성까지 더해져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치기 충분한 여정이었다. 정해인 역시 "감정적으로 색이 짙고 딥한 작품들이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건강한 연기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정해인이다. 그는 "연기와 삶을 최대한 분리하려고 하는 편이다. 너무 과몰입하다 보면 연기를 건강하게 오래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배우 정해인과 사람 정해인이 따로 둬야겠더라. 그동안 쉬지 않았는데, 이번에 해외 팬미팅 투어가 길게 있다.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채우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배우 정해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정해인은 'D.P.'를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함께한 작품"이라며 가장 애정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넘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정해인 역시 "요즘 군대 복무 기간이 1년 9개월로 알고 있는데, 그 기간에 근접할 만큼 'D.P.'를 촬영했다.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라며 "덕분에 남자 팬도 많이 생겼다. 여러모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D.P.'는 정해인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선물처럼 찾아온 작품이었다. 그는 "매 작품 최선을 다하지만, 성적이 다 좋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럴 때면 울적한 마음도 들고 자존감도 떨어지더라. 하필 그 시기에 개인적으로 가족과 관련된 일들까지 겹치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고 돌이켰다.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이었을 때 'D.P.'를 만났어요. 덕분에 제가 이런 연기도 된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자신감을 얻었죠. 제 필모그래피로 봤을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 변곡점 같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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