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반바지 입어도 되나요"…서울시 '시원차림'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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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안 보이는 건 아니죠. 누울 자리 보면서 발을 뻗고 있어요."
11일 오전 만난 20대 서울시 공무원 A씨는 남색 반팔 티셔츠에 검정색 반바지를 입었다.
본청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30대 시 공무원 B씨도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 차림이었다.
과장급 공무원 C씨는 "(반바지가)어색하고 혼자 튀어보여 이상한 느낌"이라며 "그래도 젊은 직원들이 입는 거 보면 편해보이고 좋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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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타이·반바지 착용 권장
"왠지 어색" 간부급 공감대 형성부터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눈치가 안 보이는 건 아니죠. 누울 자리 보면서 발을 뻗고 있어요."
11일 오전 만난 20대 서울시 공무원 A씨는 남색 반팔 티셔츠에 검정색 반바지를 입었다. 눈치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5년차 공무원인 A씨는 공직에 입문한 첫해부터 여름철이면 서슴없이 반바지를 입는다. A씨는 "팀장님이나 과장님도 뭐라 안 하신다. 샌들도 올해부터 신어도 된다고 공문이 내려와 오늘 처음 신었다"며 "(반바지를 입으니) 확실히 시원하다. 다만 본청 말고 서소문청사에서도 근무했는데 거긴 반바지 입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옷차림을 시원하게 입고 냉방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원차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반바지와 노타이 같은 복장으로 체감온도를 2도 낮추는 대신 에어컨 냉방 온도를 2도 정도 높이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보다 앞선 2009년 환경부에서 대국민 공모를 통해 '쿨맵시'라는 용어로 같은 캠페인을 벌였다. 덥고 답답한 정장을 벗게 해 에어컨 등 전력 사용을 줄인다는 목표였다.
극한호우와 같은 기상이변도 반바지 장벽을 허물었다. 본청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30대 시 공무원 B씨도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 차림이었다.
B씨는 "비오는 날만 입는다. 긴바지는 젖어서 불편하다"며 "팀장님이 반바지 입은 모습을 보고 '어 반바지 입었네, 시원해보인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반바지 복장은 흔치 않고, 그나마도 2030 젊은 공무원에만 국한된 모습이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점심시간인 1시까지 시청 본청과 구내식당을 오가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반바지 차림은 한 손에 꼽혔다.
팀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여전히 반바지가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과장급 공무원 C씨는 "(반바지가)어색하고 혼자 튀어보여 이상한 느낌"이라며 "그래도 젊은 직원들이 입는 거 보면 편해보이고 좋긴 하다"고 말했다.
결국 간부급 공무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팀장급 공무원 D씨는 "반바지를 선호하지만 아직까지 시 전체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실장을 포함한 간부들에게 보고를 자주 들어가는데 그런 분들이 공감대가 형성돼있지 않고 민원인과의 미팅에서도 반바지를 입는 게 어색하다"고 토로했다.
변화가 더딘 데는 기후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도 한몫 한다.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은 올 6월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하절기 공무원 복장 간소화 지침' 관련 협조공문을 보냈다.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업무능률 향상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인사처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은 뭘까. 지침에 따르면 상의는 노타이 정장, 니트, 남방, 칼라셔츠 등을 권장한다. 하의는 정장 바지, 면바지 등을 추천했다.
특히 지나치게 개성적인 복장 착용으로 공무원 품위를 손상하거나 근무 기강이 해이해진 인상을 주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슬리퍼나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을 콕 찝어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으로 제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는 꼭 시원차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로 공지한다"며 "민원 업무를 할 때는 민원인이 불쾌하지 않도록 반바지도 단정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젊은 공무원들에 비해 고위직 공무원들은 반바지 복장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반바지를 입으면) 체감 온도가 2도 내려가기 때문에 한 사무실에서 냉방 온도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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