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나를 꼰대라 욕해도 상관없어, 일단 들어봐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지적하기 무서운 세상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상사가 후임에게, 심지어 선생님이 학생에게 지적을 해도 바로 '꼰대'로 낙인이 찍히는 세상이랄까. 충고가 지적이 되고, 조언이 지적이 되고, 도움말이 지적이 된다.
지적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꼰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단어 자체가 은어, 부정적 뜻을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지적을 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정의한다면,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꼰대'가 존재한다. 다른 말로 참어른.
권위주의적이고 구태의연한 옛날 사고 방식을 어린 친구들에게 강요하는 건 정말 꼰대. 꼰대질. 사회악.
반면 어린 친구들이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잘못된 것을 고쳐주려는 의도로 지적하는 건 좋은 꼰대다.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위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좋은 꼰대는 어떻게든 티가 나게 돼 있다. 말 한마디에 성품이 묻어나고, 행동 하나에 품격이 들어 있다. 이런 좋은 꼰대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 그런 좋은 꼰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디에고 고딘이다.
얼마 전 현역 은퇴를 선언한 수비의 전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의 위대한 주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영웅. 또 우루과이 대표팀 A매치 역대 1위 출장(161경기)이라는 위대한 기록도 품고 있는 레전드다.
많은 선수들이 존경하는 선수, 주장 완장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선수. 적으로 만났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의 안면 부상을 걱정해줬던 고딘이었다. 몇 줄 쓰지 않았는데도 고딘의 품격이 느껴진다.
37세의 고딘이 23세의 젊은 선수를 지적했다. 지적받은 이는 주앙 펠릭스다.
'제2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고 불리며 엄청난 기대를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소속팀은 ATM이다. 고딘이 직속 선배인 셈.
펠릭스는 지금 어떻게든 ATM을 빠져나오려 한다. 이유는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와의 불화.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둘 사이가 파국이라고 한다.
얼마 전 펠릭스는 큰 사고를 쳤다. ATM 관계자와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ATM의 리그 라이벌 바르셀로나를 찬양하며, 꿈의 팀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ATM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며, 무례하다며 분노의 목소리가 터졌다.
이런 펠릭스에게 좋은 꼰대 고딘이 지적을 했다. 이렇게.
"펠릭스의 자아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펠릭스의 개인 중심 사고방식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 소년은 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시메오네가 무언가를 챙기려 했다면, 분명 그것은 개인보다 우위에 있는 팀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단단한 팀, 이것이 ATM이 경쟁하는 방식이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ATM 선수라면 누구라도 이 방식에 따라야 한다. 앙투안 그리즈만 같은 선수들 역시 이 방식을 잘 알고 있고, 펠릭스를 바꾸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패했다. 펠릭스는 정말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다. 하지만 확실히 팀과 연결되지 않았다. 펠릭스의 자아는 분명 구단과 동료, 감독 그리고 팬이 원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좋은 꼰대의 좋은 지적이다.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 이 말을 듣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면, 꼰대의 잔소리로 치부한다면,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좋은 꼰대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주앙 펠릭스, 디에고 고딘,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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