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우여곡절’ 잼버리… 정치권, 책임 공방 돌입 예고 [아듀 잼버리]

구윤모 2023. 8. 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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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폐영식
158개국 4만3000여 대원들
상암서 아쉬운 석별의 정 나눠
활동 모습 영상 나오자 감격
“2027년 폴란드에서 만나요”
여가부·전북도 운영 총체적 난국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 드러나
정치권 책임공방 더욱 거세질 듯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세계잼버리는 지난 1일 개막 이후 조직위원회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미흡한 준비, 부실한 운영 등으로 수많은 논란을 낳으며 ‘실패한 대회’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폭염·태풍 등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4만여명의 대원이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전국으로 흩어져야 했다. 정치권은 대회가 마무리되자 본격적인 책임공방 돌입을 예고했다.

세계에서 온 4만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를 즐기며 한국에서의 마지막 우정을 나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 관람을 마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이날 오후 5시 30분 폐영식이 열렸다.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대원들이 지난 1일 새만금 야영지에 도착해 텐트를 설치하는 순간부터, 태풍 예보로 전국 8개 시·도에 분산돼 활동을 끝까지 이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자신들의 영상을 본 대원들의 얼굴에는 감동과 흐뭇함이 묻어났다. 스카우트 연맹기는 2027년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전달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폐영사에서 “여러분은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남다른 책임감과 이타심으로 서로를 먼저 챙기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이러한 스카우트 정신은 세계인의 연대와 협력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마지막 한 명의 대원이 떠날 때까지 여러분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막이 오른 세계잼버리엔 세계 158개국에서 청소년 4만3281명이 참여했다. 국외 참가자는 3만9385명, 국내 참가자는 3896명이었다. 1991년 고성 세계잼버리 이후 32년 만에 열리는 세계잼버리에 국가적 기대감이 고조됐다.

기대는 개막일부터 엇나갔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부실한 준비로 문제가 속속 불거졌다. 배수가 안 돼 야영장 곳곳에서 물웅덩이가 발견됐고, 화장실·샤워장 등 열악한 시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폭염 우려도 현실로 나타났다. 무더운 날씨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첫날에만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2일 개영식에서는 참가자들이 어지러워하며 쓰러지는 등 100여명이 온열질환으로 고생했다.

폭염과 고인 물 등 열악한 환경에서 모기와 화상벌레 등 각종 해충도 대원들을 괴롭혔다. 생수 같은 필수품은 제때 보급되지 않았고, 부패한 음식이 제공되는 등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문제가 잇따라 터졌다.
사태가 악화하자 4일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한 총리는 당시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국민적 관심 속에 기업들과 의료계 등이 힘을 보태며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북상하는 태풍 ‘카눈’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대원들은 지난 8일 전국 8개 시·도로 떠나야 했다. 전국 지자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분에 세계잼버리는 새만금이 아닌 서울에서 무사히 일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번 잼버리 사태를 촉발한 원인으로는 우선 장소 문제가 지적된다. 새만금은 원래 바다였다가 35년 전 군산∼고군산열도∼김제∼부안 33㎞를 방조제로 막아 자연 토사 퇴적과 인공 매립을 통해 조성한 부지다. 대회장은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쉽지 않았다. 나무나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다시피 해 폭염에 속수무책이었다. 대회 장소에 대한 각종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음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후 6년이 있었는데도 준비가 미흡했다. 대회를 맡은 공동조직위원회의 책임이 가장 크게 부각된다. 공동조직위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2인 위원장 체제에서 지난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추가로 임명돼 5인 체제가 됐다. 겉보기엔 정부 부처가 모여 힘을 합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였음이 곧 드러났다.
웃음꽃 핀 대원들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원들이 행사 중 손을 흔들며 환하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 1일 개막해 온열질환자 속출, 위생시설 미비 등으로 파행했던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정부의 총력 대응으로 활기를 되찾으며 이날 무사히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2020년 7월 공동조직위가 출범했을 때부터 정부 부처 자격으로 조직위원장을 맡아온 만큼, 책임 추궁을 면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준비 상황에 대해 “문제없다”고 장담했다. 이후 잼버리가 임박한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의 가벼운 언행도 대회 내내 논란을 부추겼다. 그는 지난 8일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기 철수와 관련해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향후 부산엑스포 같은 국제행사 유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대한민국이 가진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보여줄 수 있다”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국민적 질타를 받았다.
집행 주체인 전라북도 역시 대회 부실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 예산은 1171억원에 달한다. 이 중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사업비로 잡혔다. 정작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숙영 편의시설 설치 등 시설비에는 전체 예산의 11%인 130억원만이 집행됐다.
폴란드에 스카우트기 전달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에서 차기 대회 개최국인 폴란드 스카우트 대표가 한국 스카우트 대표에게서 전달받은 스카우트기를 흔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잼버리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가운데 정치권의 책임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이 장관과 김 장관을 불러 이번 사태와 관련한 현안 질의를 벌일 예정이다.

구윤모 기자,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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