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한·이란 해빙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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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엔 '테헤란로'가,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엔 '서울로'가 있다.
미국이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에 묶인 이란 동결자금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그제 보도했다.
이번 합의가 미국·이란의 핵협상 재개는 물론 한·이란 관계 정상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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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란은 1962년 수교 이후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란은 우리나라의 중동권 첫 수교국이고, 1973년 석유파동 때에도 산유국 중 유일하게 한국에 석유를 공급했다. 중동 건설 붐 당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진출한 나라도 이란이었다. 1969년 팔레비 이란 국왕은 박정희 대통령의 방문을 타진했다. 1978년엔 박 대통령이 팔레비 국왕을 초청했지만 이듬해 이란혁명으로 팔레비왕조가 무너지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렇지만 2007년 드라마 ‘대장금’의 현지 시청률이 90%를 기록할 정도로 양국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두 나라 사이가 불편해진 건 이란의 핵개발 탓이었다. 유엔 등의 경고에도 이란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자 미국은 2010년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시행했다. 미국은 물론 제3국과 이란 간 정상적인 수출입 결제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대금을 받아 왔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한국 은행에 예치된 이란 석유대금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가 묶였다. 2021년 호르무즈해협 부근을 지나던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가 이란에 나포된 것도 동결된 자금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올해 초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으로 양국 관계는 더욱 꼬였다.
미국이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에 묶인 이란 동결자금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그제 보도했다. 한·이란 관계의 발목을 잡았던 동결 석유대금 문제가 제거되는 셈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번 합의가 미국·이란의 핵협상 재개는 물론 한·이란 관계 정상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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