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내로남불]용산어린이정원도 정치색 입혀 비판하면서…尹정부 비판에 8살 어린이 동원한 민주당

임재섭 2023. 8. 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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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 오염수 저지를 위한 아동, 청소년, 양육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으로 이은유 활동가가 보인다. 연합뉴스.
박성훈 해수부 차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전국 해수욕장 방사능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주제로 한 '색칠 놀이'. 지난 5월 개방한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었다.
11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 관람을 마친 잼버리 참가자들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의 방류 중단을 주장하면서, 어린이 활동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라는 이름이 붙은 이 행사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아동·청소년 참가자들이 저마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오염처리수의 방류 반대를 주장했다. 8세 아동인 김한나 '활동가'는 본격 발언을 하기 전 "어린이가 무얼 아냐고 하지 말라"며 "저는 활동가이고 제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활동가는 지난주 교회 수련회에서 파도를 타면서 후쿠시마 바다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상으로 후쿠시마 핵 발전소를 봤다는 김 양은 "거기서 나온 위험한 물을 바다에 버린다고요?"라면서 "내가 제일 싫은 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찬성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아동학대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민주당은 다시 어린이 폄하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어린이들을 폄하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십시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스웨덴 출신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15세부터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울린 사례나, 캐나다 출신 활동가 세 번 스즈키가 12세에 1992년 지구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세계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어린이 활동가들을 조롱하지 않았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관심을 둔다고 매도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가만히 이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한 가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과연 김 활동가는 원자력이 무엇인지, 방사능에 피폭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과연 이해하고 말을 하고 있을까.'

분자단위, 원자단위보다 더 작은 미시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요구하는 원자력과 방사능은 다 큰 성인도 간단한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가 난해한 영역이 많다. 일 예로 바나나를 먹을 때나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도 미량의 방사능이 나온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길을 걷거나 바나나를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실제로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만 알면 될 뿐, 자세히 알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활동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엇이 진짜 사회에 이익이 되는지 스스로 공부하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바나나 이야기나 아스팔트 이야기 등도 '피폭되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 식으로 엄밀하게 따져 묻기 시작하면 슬슬 전문가들에게 물어서 답을 얻어야 하는 영역으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에, 주장하기 이전에 더욱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청취하며 논리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나나로 예를 들자면 바나나는 대표적으로 칼륨이 많이 든 음식인데, 칼륨은 현재까지 알려진 동위원소가 25가지나 된다. 이중 안정동위원소인 칼륨-39, 칼륨-40, 칼륨-41만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중에서도 특정 동위원소인 칼륨-40이 방사성 물질이다. 바나나 속에 칼륨-40이 있다면 방사능에 피폭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일반적으로 바나나를 먹어서 생긴 피폭이 방사선 중독으로 이어지려면 수백개의 바나나를 수년간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원자력과 방사능은 숫자와 생소하고 복잡한 단위를 모두 제외하고 설명해도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에너지기후변화교육학회를 통해 2015년 발표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원자력에 대한 이해와 인식 분석' 논문을 보면 "초등학교 교사들의 원자력에 대한 이해 수준은 매우 낮았으며, 이해 수준의 차이는 성별, 연령별, 경력별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원자력 교육이 거의 실시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장 과학 영재나 천재가 아닌한 '동위원소'라는 개념조차 스스로 이해하기 쉽지 않을 어린아이가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실제로 김 활동가는 같은 자리에서 '사람이 방사능에 피폭된다고 할지라도 미량이라면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발언을 꺼냈다. 김 활동가는 "핵발전소보다 더 무서운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위험한 핵발전을 당장 멈추자"등의 주장을 하면서 그 근거로 '경주 월성에 사는 5살 동생도 피폭됐다'는 점을 들었다. 경주 월성에 사는 동생이 설령 피폭됐다고 해도 그로 인해 방사선에 중독돼 암 등의 질병을 얻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인데도, 앞부분만 잘라 말한 것이다. 실제로는 환경부가 지난 5월 31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서울대 의과대학이 재작년 1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월성원전 반경 5㎞ 내(경주시 양남면·문무대왕면·감포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남성은 다른 지역의 88% 수준이고 여성은 82% 수준으로 나타났다. 활동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오히려 유의미하게 낮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갑상선암의 경우에도 월성원전 주변 여성의 발생비는 전국보다 16% 낮았고, 남성만이 월성원전 주변에서 3% 높게 나타났는데, 표준화 발생비 신뢰 수준을 고려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나아가 월성원전 주변 주민 874명 소변검사(체내 방사성물질 측정)에선 삼중수소로 인한 방사선 노출량이 연간 기준 0.00008mSv(밀리시버트)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9년 기준 한수원 직원(0.06mSv/인), 한전KPS직원 (0.86mSv/인), 방사선관리 용역회사 직원 (0.87mSv/인), 기타 협력회사 직원(0.58mSv/인)보다 한참 낮은 숫자다. 이들의 피폭량도 법적 기준보다 낮고, 많지도 않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질병 관리청에 따르면 국민 연평균 자연방사선 노출량은 5.25mSv(2021년)이고 의료방사선 노출량은 2.4mSv(2019년)이다.

이 논쟁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단연코 김 활동가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다. 김 활동가는 당연히 개인이자 활동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사람이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다. 동시에 김 활동가가 아직 젊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 만큼, 그의 목소리가 사회의 존중을 받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어보고 더 좋은 대안을 찾아 나서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아동학대라고 비판하자 '어린이 폄하'를 근거로 방어했다. 공격할 땐 '활동가'라고 앞세우다가, 공격당할 땐 '어린이'로 방어한 셈이다. 물론 김 활동가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아달라. 나를 활동가로 봐달라"고 한 주장에도 반한다.

특히 민주당이 내로남불인 지점은 앞서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어린이 정원 논란' 때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개방한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주제로 한 '색칠 놀이'를 나눠줬다는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민주당은 "2023년에 대통령을 우상화하던 독재나 봉건왕조 시대에나 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가당찮은 대통령 우상화를 당장 멈추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라'는 의미였지만 김 활동가 사례와 함께 보게 되면 민주당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자신들의 말에 동조해 국회까지 나와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면 '활동가'이고 동조하지 않거나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몰라 우상화에 이용당하는 아이들'로 본다면, 몇 살 안 되는 아이들조차 반으로 가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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