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순탄치 않았지만 특별한 경험” K팝으로 하나된 잼버리 대원들
“템플스테이하고 장구 치고…”
K팝 그룹 공연에 뜨거운 호응
155개국 4만여명의 지구촌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인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2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영국·미국 등 일부 국가 대원들이 폭염 및 편의시설 문제로 조기 퇴영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뒤따른 행사였지만, 정부의 발 빠른 후속조치와 기업들의 각종 지원으로 무사히 여정을 끝낼 수 있었다. 폐영식·K팝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다시 모인 4만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평탄하지만은 않은 경험이었다면서도 고난에 맞서는 뿌듯한 12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 기대감 한껏 안고 상암 모인 4만 스카우트 대원들
11일 오후 4시쯤 상암월드컵경기장 P1 주자창에는 32대의 버스가 속속들이 들어와 차량을 주차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스카우트 대원들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각국 지도자들의 인솔에 따라 줄지어 경기장 입구로 향했다. 일부 대원들은 흥을 못 참겠다는 듯이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K팝을 좋아한다고 밝힌 티마니 코모리(일본·14)양은 “오늘 대구 부인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왔다”며 “정말 색다르고 만족스러운 12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 잼버리라는 아이린 로바토(스페인·22)씨는 흥에 겨운 듯이 장구를 치며 “서울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느라 장구를 처음 접했는데 리듬감이 좋다. K팝 공연 때도 장구로 흥을 돋울 것”이라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4만여명의 인파가 한 곳에 운집하는 상황이었지만 안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조직위)는 행사 규모를 고려해 폐영식 입장시간을 3시간 이상으로 잡고 오후 2시부터 순차적으로 분산 입장하도록 조치했다. 행사 마무리 후 행사장 퇴장 역시 미리 짜인 순서에 맞춰 진행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행사장 안에 경찰 600여명, 소방 200여명, 의료진 4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폐영식 전 경기장 바깥에선 3m마다 경찰이 자리를 지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군 병력도 인파사고 예방을 위해 투입됐다. 경기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경찰의 안내를 따라 게이트를 통과해 경기장 안 자리로 향했다.
◇ 잼버리 마무리 장식한 폐영식·K팝 콘서트
오후 5시 30분 사회자의 인사와 함께 폐영식의 막이 올랐다. 12일간의 행사 현장을 담은 영상이 보여진 뒤 스카우트 선서가 진행됐다. 이어 한국 대원 대표가 차기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스카우트 연맹기를 전달했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환송사에서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대원들이 힘든 도전에 직면했지만 여러분의 강한 정신력과 결단력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응원했다. 이어 “이번 잼버리가 여러분이 꿈꾸고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도전과 극심한 기상상황에 직면한 적 없었지만 역사상 어떤 잼버리에서도 여기 스카우트 대원들 같은 결단력과 회복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고 말하며 대원들을 치켜세웠다. 관객석에 앉은 한 대원은 알헨다위 총장의 환송사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폐영사에서 “유례없는 폭염과 태풍 등으로 대원들이 어려움을 겪은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자기 일처럼 앞장 서준 자원봉사자, 의료진, 군·경·소방 등 공무원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한국 정부는 마지막 대원 1명이 떠날 때까지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며 “대원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K팝 공연에 열띤 호응 보낸 스카우트 대원들
폐영식이 오후 6시 마무리된 뒤 1시간 동안의 저녁 식사 시간이 제공됐다. 이후 오후 7시에 K팝 콘서트가 시작됐다. 이 공연은 당초 지난 6일 열리기로 됐으나 안전사고와 온열질환자 발생 우려 등을 이유로 폐영식 날인 11일로 변경됐다. 이날 K팝 공연엔 뉴진스, 아이브, NCT 드림 등 19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K팝 콘서트가 시작되자 한 여름의 상암월드컵경기장은 한껏 달아올랐다. 댄스 크루 홀리뱅의 무대로 막을 올랐으며 뉴진스와 아이브 등이 무대에 오르자 대원들은 춤을 추며 열띤 호응을 보냈다. 전 출연진들이 나와 노래 다섯손가락의 노래 ‘풍선’을 불렀을 땐 대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마지막 추억을 기념했다.
K팝 콘서트가 끝난 후 퇴장 역시 차례에 맞게 진행됐다. 부슬비가 내리는 상암동에선 여흥에 겨운 잼버리 참가자들이 가뿐한 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거치고 나온 이들은 벅찬 심정으로 잼버리 행사의 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탈리아 보보라(멕시코·16)양은 “마마무의 팬인데 오늘 마마무가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소리를 질렀다”고 소회를 이야기했다. 페이스(나마비아·18)양은 “태풍 때문에 야영장을 떠났지만 마지막 날에 K팝 공연이 열려 기쁘다”며 K팝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폐영식·K팝 콘서트까지 행사를 마무리한 지구촌 대원들은 다시 준비된 차량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이튿날(12일) 오전 출국하는 일부 국가의 대원 약 2400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예정이다. 공항공사는 오는 15일까지 약 3만4000여명의 잼버리 대원들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보고 이 기간에 출국 지원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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