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5배에 판다, 그런데도 불티…‘바가지 기업’ 특별한 성공법 [Books]
니시오카 안누 지음 / 박선영 옮김 / 더퀘스트 펴냄
‘괴물 같은 기업’이라 불리는 키엔스의 영업이익률은 55%나 되고, 평균 연봉은 2000만엔(1억8000만원)이 넘는다. 일본 상장기업 중 직원 평균 연봉 1위다. 신제품의 70%가 세계 최초로 개발되는 대체불가 기업이다보니 당연히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다. 키엔스의 매출총이익률 80%다. 원가 2000엔 짜리를 1만엔에 판다. 키엔스를 저자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기업들에 일침을 놓듯, 최근 10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을 4배 가까이 성장시켰다”고 설명한다.
일본 기자들조차 취재하기 어렵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 기업을 닛케이비즈니스 기자 니시오카 안누가 취재해 쓴 최초의 책이 한국에 출간됐다. 출간후 6개월째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키엔스의 핵심 경쟁력을 세가지로 꼽는다. 개발과 영업과 인재육성이다.
오사카시에 본사가 있는 키엔스는 공장자동화(FA) 센서의 제왕으로 불린다. 제조 현장에서 이상을 감지하거나 생산성 향상에 이용되는 제품을 1만종 이상의 제품을 생산한다. 바코드를 읽는 핸디터미널과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시스템인 로봇 비전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공장밖에서는 키엔스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당일 출하, 즉시 납품이 키엔스의 원칙이다. 이 ‘즉납’의 대상은 놀랍게도 키엔스 카탈로그에 실린 상품 전부다. 몇천 엔짜리 상품부터 1억원이 넘는 고가의 마이크로스코프까지 1만 종이 넘는 상품들 모두 예외는 없다. 이런 즉납 이미지 덕분에 고객들은 ‘일단 키엔스에 연락해보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은 내부에서 기계 고장을 알기도 전에 전화가 오는 귀신 같은 영업사원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른다. 영업처의 사정을 너무 속속들이 알다보니 “산업 스파이같다”는 말까지 듣는다.
2018년 가나초콜릿을 생산하는 롯데 우라와 공장은 불량품을 판별하는 공정에 키엔스의 이미지 센서를 도입했다. 공장 최대 고민은 검사 공정에서 드러나는 낮은 수율. 집처럼 공장을 드나들던 키엔스 영업사원은 고민을 듣자 바로 다음주에 대안을 들고 왔다. 정밀도만 높은 장치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사용 편의성을 높여 해결했다. 키엔스의 모든 영업자는 고객과 상담하면서 파악한 잠재 니즈를 ‘니즈 카드’라는 것에 기록한다. 이런 꼼꼼한 디테일이 쌓여 키엔스의 영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업무량 탓에 ‘직원들이 30대에는 집을 짓고 40대에는 무덤을 마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악명 높은 케인스가 가장 공들이는 것은 ‘사람 키우기’다. 키엔스는 직원들을 교육하고 포상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을 키우는 데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회사는 없을 겁니다.” 회사 내외의 증언이다. 극악의 업무강도에도 ‘직원 성장’을 이끌어주는 키엔스는 일본 기업평판 사이트에서 상위 1%의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키엔스는 소수의 슈퍼스타의 개인기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성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데 집착해왔다. 조직의 힘이야말로 로켓 같은 고성장을 실현한 키엔스의 비밀무기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화장지로 그곳만 가렸다…회식중 女대원 앞에서 ‘알몸쇼’ 소방관, 日 발칵 - 매일경제
- 귀통증 50대 여성 귓속에서…구더기 7마리 ‘꿈틀’ - 매일경제
- “한국내 동결자금 60억 달러…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돼”<이란 국영언론> - 매일경제
- “왕의 DNA 가진 아이”…담임교사에 ‘9가지 요구’ 적어 보낸 교육부 사무관 - 매일경제
- “밥 먹을 식당도 없다”…‘연봉 수백억’ 카레이서 몰렸지만 헛물 켠 이 도시 - 매일경제
- “제2 내전위험 최고조”...최대위기 빠진 미국, 돌파구는 있나? [한중일 톺아보기] - 매일경제
- “도면 못보는 직원이 주택단장”...LH사장의 뒤늦은 반성 - 매일경제
- “월급도 떨어져 가는데 달달하네”…매 분기 따박따박 배당 주는 곳 있다는데 - 매일경제
- 설마 이게 불씨 될까…이자만 7조원, 우량기업마저 휘청댄 이 나라 - 매일경제
- 류현진, 예정대로 14일(한국시간) 컵스전 등판 예고 - MK스포츠